[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주식 리딩방 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개인투자자에게 특정 종목 매매를 유인하는 ‘주식 리딩방’ 일부 혐의자들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사건으로 이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칼 빼든 '주식 리딩방' 참여기, 그들의 사기수법은 이랬다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개인투자자에게 특정 종목 매매를 유인하는 ‘주식 리딩방’ 일부 혐의자들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사건으로 이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의결 등 행정 절차를 생략하고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로 최종 처벌까지 소요시간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주식 리딩방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적용했다는 것은 조사력을 집중해 불법 행위를 빠르게 처단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금감원이 주식 리딩방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19일 금감원은 리딩방 불공정거래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을 내고 “민생 침해 금융범죄에 대해서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이다”며 “불공정행위 등을 통한 부당이득은 총 200억 원 상당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리딩방 사기와 관련해 "사기당하는 쪽도 문제다", "뻔히 보이는 수작에 누가 속냐"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 수법에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주식 리딩방 사기 수법은 사람을 모은 뒤 리딩을 진행하다 수백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이용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듣기만 해서는 갑자기 큰돈을 요구하는 데 줄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아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까지 등장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과 비교해 다소 뻔한 수법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은 어떻게 2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왜 금감원은 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그동안 주식 리딩방이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궁금증에 몇 개의 리딩방에 3개월 정도 참여해 봤다.

패턴은 대개 비슷했다. 단체 채팅방에 사람들을 모아두고 리딩을 진행한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면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방이 20개 가까이 돼 전부 감당할 수 없다며 주식투자를 제대로 해볼 사람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집중 관리방’으로 들어오라고 유도했다.

혹은 주식보다 더 큰 수익을 낼 방법이라며 해외선물이나 파생상품 거래에 투자를 유인했다.

앞서 금감원이 2020년 6월, 2021년 12월 소비자에게 주의를 부탁한 수법들이 아직 그대로 사용됐다.

금감원은 2020년 6월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며 “고급 투자정보를 미끼로 일반적으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액의 이용료를 요구하며 환불 요구하면 다양한 사유를 내세워 환불 지연, 거부 또는 편취를 꾀해 제대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고 경고했다. 

2021년 12월에는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투자자에게 지정 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하게 하고 사설 홈프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꾸민 뒤 입금 받은 투자금을 중간에 가로챈 사례에 대해 주의를 부탁하기도 했다.

‘주식 리딩방’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주식시황과 정보를 읽어주는 것(reading)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이뤄지는 행위는 전문가라고 뽑내는 방장이 투자를 이끌어가는(leading) 형태였고 결국 사기의 덫으로 끌고가는 것이었다.

주식 리딩방에서는 자칭 투자전문가가 장중 수시로 매수와 매도 지시를 내렸다.

오픈카카오톡으로 이뤄지는 리딩방에서는 방장이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지시를 내리면 몇 초, 몇 분 단위로 참가자들이 채팅을 통해 매수 신호를 보냈다.

참여한 인원이 수백명을 넘는 대규모 리딩방에서는 운영자의 지시에 매수했다는 채팅이 한 화면 넘게 줄지어서 올라올 정도였다.

바람잡이로 의심되는 이용자들도 여럿 있었지만 인원이 많은데다 상황이 몇 분 단위로 급박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분간하기 쉽지 않았다.

종목 추천은 주로 코스닥 소형주에 집중됐다. 수급이 불안정해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어떤 날은 특별히 근거가 없었던 소형주 주가가 급격하게 올라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딩방에서는 “이걸 보라”며 “이러면 우리가 1등 리딩방이다”는 채팅이 올라온 반면 다른 방의 투자자는 "또 주가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 뒤에는 매도 지시를 통해 수익을 낸 후 수익 인증이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최근 주식장에서 보기 힘든 수익이다”, “그동안 주식투자로 났던 손실을 복구했다”는 내용의 답글을 올렸다.

누군가 방식에 대해 의문을 던지거나 수익이 나지 않은 점에 대해 언급하면 순식간에 채팅이 삭제된 후 퇴장을 당했다.

문제는 리딩방 참여자가 운영자의 매매지시에 따르는 것만으로도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딩방 운영자가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인 후 매수지시를 내려 주가상승을 유도한 뒤 참여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겨 투자손실을 입게 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최근 증시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리딩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바로 ‘투자손실 회복’이었다. 

운영자와 일부 이용자들은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손실이다”, “하락장에 주식으로 손실 본 걸 3일 만에 일부 되찾았다” “손실금을 메꾸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와 같은 반응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계속 유인했다.

투자손실로 초조해진 개인투자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주식 리딩방에 들어오라는 메시지에 끌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리딩방에서 던져준 몇번의 달콤한 성공이 사기라는 지옥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통로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