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차세대 EUV 장비에 기술적 난관, 삼성전자 TSMC 파운드리에 변수

▲ (왼쪽부터)피터 베닝크 ASML CE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최고기술책임자)가 2022년 6월14일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에 쓰이는 하이NA EUV장비 개발을 두고 기술과 공급망 등 문제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기업이 하이NA EUV장비를 활용해 2나노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ASML의 장비 공급 차질이 큰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28일 네덜란드 반도체 전문지 비츠앤칩스에 따르면 ASML은 현재 반도체장비 생산에 쓰이는 반도체 등 부품의 공급 차질로 EUV 장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V 장비는 삼성전자와 TSMC의 7나노 이하 반도체 파운드리, 메모리반도체기업의 미세공정 D램 생산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장비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만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는 비츠앤칩스와 인터뷰에서 “EUV장비 개발의 문제는 충분한 정확도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내년 초에 첫 부품을 받을 때까지는 (정확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SML은 현재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사에 공급을 앞둔 하이NA EUV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식 출시는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브링크 CTO는 ASML이 신형 EUV 장비 출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공급망 관련한 문제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비츠앤칩스는 “ASML이 심각한 비상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장비 생산성이 고객사들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ASML의 EUV 장비 공급 일정은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세계 주요 파운드리업체의 생산 투자 계획과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EUV 장비 출하량이 현재 수요에 크게 못 미쳐 앞으로 수 년치 주문을 미리 받아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장비 생산이 지연된다면 반도체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신형 하이NA 장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운드리업체가 속도전을 벌이는 차세대 2나노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만큼 고객사들이 ASML의 실제 장비 출시 시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ASML 차세대 EUV 장비에 기술적 난관, 삼성전자 TSMC 파운드리에 변수

▲ ASML의 EUV 반도체 장비 이미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해 브링크 CTO를 비롯한 ASML 경영진을 직접 만나 원활한 장비 공급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을 정도다.

파운드리업체가 새 공정을 적기에 도입하는 일은 글로벌 시스템반도체기업의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하는 데도 매우 중요해 반도체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애플과 엔비디아 등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는 TSMC의 새 공정기술 상용화 지연과 생산 능력 부족을 이유로 신형 반도체에 기존 공정을 재활용하거나 반도체 신제품 출시 시기를 늦췄다.

브링크 CTO는 하이NA EUV 장비에 쓰이는 거울 부품이 기존 장비에 쓰이는 것보다 두 배 정도 크고 두께는 20피코미터, 즉 1조 분의 20미터에 불과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큰 난관으로 꼽았다.

부품이 정확하게 생산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내년까지는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다른 기술로 대안을 찾아야 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신형 EUV 장비에 쓰이는 전력량이 기존 제품보다 크게 늘어나고 이 때문에 새로운 냉각장치 등을 도입해야 하는 점도 설계 분야에서 넘어야 할 기술적 난제로 제시됐다.

브링크 CTO는 “시간 문제를 고려한다면 하이NA 장비 개발은 매우 리스크가 큰 작업에 해당한다”며 “다만 내년 말까지는 상당한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SML은 2024년부터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고객사에 하이NA 장비 샘플 공급을 시작하며 2025년 양산과 정식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운드리업체들도 이에 맞춰 2024년 말 또는 2025년 2나노 반도체공정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

브링크 CTO는 “만약 하이NA 장비가 지금 준비되었다면 고객사들은 이를 바로 활용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신형 EUV 장비를 두고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ASML이 EUV 장비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며 다만 이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과제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NA 장비 개발은 브링크 CTO가 ASML에서 최고기술책임자로 진행하는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2024년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브링크 CTO는 ASML이 창립된 1984년부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EUV 장비를 포함한 반도체 노광 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ASML이 전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산업의 기술 발전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가 ASML에서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하이NA EUV 장비 개발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