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도 시선이 몰린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두고 해외 경쟁당국이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바라는 대로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산은 기업 구조조정 속도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도 주목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도 시선이 몰린다. 사진은 올해 2월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연합뉴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큰 숙제인 기업 구조조정 시계가 다시 돌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오랜 애물단지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올해 초 유럽연합이 2년2개월 만에 합병 승인을 불허하면서 두 기업의 합병은 결국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산업은행의 품에서 못한 불운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앞선 실패의 경험 때문인지 출범한지 100일을 막 넘은 ‘강석훈호’의 산업은행은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들의 매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현재 해외 경쟁당국 심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서도 정부 부처 등과 협조하며 지원하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앞서 이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기업결합이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미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을 운항할 동남아시아 저비용항공사를 물색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외항사가 인천~미국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의 항공회담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지원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항공사들과 항공 협정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나라 정부와 항공사 사이의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사 진입 계획을 미국 경쟁당국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두고 경쟁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요구했고 대한항공이 슬롯·항공노선 조정, 인천~미국 노선의 경쟁제한 최소화를 위한 동남아 저비용항공사 신규 진입 등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로 여겨진다. 미국의 판단이 다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두고 "미국의 판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미국의 판단은 최근 여러 스케줄상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나올 것 같고 미국 판결이 나오게 되면 유럽도 미국 판결에 준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9월 말 현재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경쟁당국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임의신고국가인 호주에서는 9월 조건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영국은 최근 본심사에 착수했으며 올해 안에 심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영국 경쟁당국은 1차 심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국 항공시장의 경쟁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지를 검토한 이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심사를 종료한다. 1차 심사 기한은 11월14일까지로 알려졌다. 

문제가 없다면 심사가 그대로 종료되지만 경쟁에 제한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게 되면 2차 심사에 들어가게 된다. 2차 심사에 들어간다면 심사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호주가 조건없는 기업결합을 승인한 만큼 영국도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본심사에 들어간 영국과 최근 조건 없는 기업결합을 승인한 호주는 임의신고국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해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하는 경쟁당국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호주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데다 영국의 심사가 빨라지면서 심리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필수신고국가인 유럽연합의 승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올해 안에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조 회장은 6월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연합 당국으로부터 늦어도 연말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본심사에 들어간 만큼 11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면서도 “다만 변수는 항상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