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메모리 저가공세 시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치킨게임에 휘말리나

▲ 중국 반도체기업 YMTC가 애플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치킨게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기업 YMTC가 애플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산 저가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나온다.

YMTC 등 중국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과거 반도체업계에서 벌어졌던 ‘치킨게임(상대방이 망할 때까지 초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 재현될 수 있다.

16일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정식 출시된 아이폰14 기본 모델을 분해한 결과 소문처럼 중국 YMTC 낸드플래시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구도가 요동칠 조짐이 보인다는 시선이 나온다.

여태껏 YMTC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국내 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에서 최소 1세대 이상 뒤처진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애플도 중국산 낸드플래시 채용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YMTC는 8월 232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과 기술격차를 바짝 좁혀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8월 238단 3D낸드 제품을 선보였고 삼성전자는 아직 200단 이상의 낸드 제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플이 부품 선택에 까다로운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YMTC 128단 낸드플래시가 아이폰14 중국 내수용 제품에 채용된 것은 YMTC의 기술력과 제품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는 것으로 읽힌다.

애플은 몇년 전부터 디스플레이 물량을 일부 중국 BOE에게 할당해 왔는데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제품 생산단가를 더 낮추기 위해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중국 제품을 활용할 필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아이폰14 시리즈는 달러 기준 가격이 동결됐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키오시아의 일본 공장 오염이 발생하면서 낸드플래시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애플의 YMTC 선택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YMTC가 애플 부품 공급사로 진입한 것이 당장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 2위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판매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YMTC가 애플 공급사에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초기 공급물량은 아이폰14 낸드 물량의 5% 이내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2년 1분기 기준 YMTC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물량공세를 통해 저가경쟁력을 앞세워 낸드플래시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한다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졌던 반도체 치킨게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치킨게임에서 끝까지 버텨 승자가 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D램 시장을 과점하고 있지만 게임의 패자가 된 일본과 독일의 반도체 기업은 감산과 파산을 겪어야 했다.
 
중국산 메모리 저가공세 시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치킨게임에 휘말리나

▲ 삼성전자 176단 낸드플래시 이미지. <삼성전자>

국내 경제연구소도 YMTC의 성장으로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5월 ‘미·중 갈등 하에서의 중국 반도체산업 경쟁력’이란 보고서에서 “D램의 한·중 기술격차는 5년, 낸드플래시는 약 2년으로 추정된다”며 “YMTC가 애플 공급사에 포함될 경우, YMTC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경제연구소는 “낸드플래시는 성장하는 산업이며 과점화된 D램과 달리 5~6개 기업이 경쟁 중으로 중국이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 확대했을 때 2~3년 뒤에는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중국기업은 후발주자로 수익성 확보 등이 어렵지만 중국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2018년에 중국 정부가 SMIC와 칭화유니그룹에 지원한 규모가 매출의 30%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YMTC도 현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비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당분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계속해서 지원받아 급격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YMTC는 이미 중국에 두 번째 공장을 증설해 2023년부터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2공장은 월간 20만 개의 웨이퍼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는데 이는 제1공장 생산의 두 배 규모다.

다만 미국 정치권에서 애플의 YMTC 반도체 사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미국의 중국산 메모리반도체에 제재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르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팀 쿡 애플 CEO에게 편지를 보내 “YMTC는 중국 공산당의 무장 세력인 인민해방군(PLA)과 광범위하게 연계되어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국영기업”이라며 “차세대 아이폰의 판매가 결국 중국군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군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