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나노 반도체에 미국 EDA 소프트웨어 활용, 중국 영향 차단 포석

▲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이 일제히 미국 EDA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기업이 차세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에 미국의 EDA(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에 EDA 소프트웨어 수출을 전면 금지한 만큼 TSMC의 기술 채용은 대만 반도체산업에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영향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6일 대만 경제일보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TSMC와 프로세서 전문기업 미디어텍, 홍하이그룹 등 대만 주요 반도체기업이 잇따라 미국 EDA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EDA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설계를 자동화하는 데 쓰인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 공정이 고도화되며 난이도가 크게 높아진 만큼 해당 기술은 미세공정 반도체에 필수로 꼽힌다.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일제히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 도입을 결정한 것은 미국 정부가 8월 중국에 3나노 이하 공정에 쓰이는 해당 기술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뒤 이어졌다.

반도체 설계용 EDA 소프트웨어 공급은 미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이 해당 기술을 수입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큰 차질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시점에서 TSMC 등 기업이 해당 기술을 채용한 것은 중국 정부가 대만 반도체산업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일을 방어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정부가 TSMC의 중국 내 공장에서 3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일이 불가능해졌고 TSMC의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는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설계와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SMIC가 TSMC의 핵심 임원을 영입해 기술을 유출하도록 했다는 시선이 유력하게 나온다.

그러나 TSMC가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3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설계한다면 중국이 같은 방식으로 기술을 확보해 재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이 7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에 쓰이는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번에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도입한 셈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는 해당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시”라며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미국과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양산을 시작한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에 이미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GAA공정을 적용하면서 기술 발전에 TSMC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GAA는 반도체에 쓰이는 트랜지스터 구조를 기존의 핀펫(FinFET)공정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해 반도체 성능 및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TSMC 2나노 반도체에 미국 EDA 소프트웨어 활용, 중국 영향 차단 포석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활용되는 GAA공정 등 기술 안내.

TSMC가 2024~2025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 도입을 예고한 만큼 삼성전자가 경쟁에서 수 년 정도 앞서나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대만 반도체산업을 향한 중국의 압박을 고려해 더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다면 삼성전자도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정부의 강경한 대응 기조를 고려한다면 중국에 미국 EDA 소프트웨어 수출을 금지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기술로 생산된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재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실제로 EDA 소프트웨어 관련된 규제를 강화한다면 삼성전자는 TSMC보다 일찍 규제 영향을 받게 돼 중국 파운드리 고객사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 제약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 정부의 견제로 자체 고성능 반도체 설계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점은 중장기적으로 TSMC와 삼성전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MIC 등 중국 파운드리업체가 삼성전자와 TSMC의 공정 기술력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로 큰 장벽을 만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시놉시스 등 미국 EDA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3곳은 전 세계에서 78%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의 기술력도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결국 중국이 자체적으로 해당 기술을 확보하거나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확보해 대안을 찾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경제일보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반도체기업들은 앞으로 5~10년 뒤에도 미국의 EDA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