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언론 “현대차 기아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외, 한국 보수층 환상 깨져"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한국이 미국과 협력에서 실익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이 나왔다.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일을 두고 이는 미국의 외교적 태도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중국언론의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한국 보수층에서 미국은 한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점을 깨닫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5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추진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따라 대부분 미국 자동차기업들만 혜택을 받고 기존에 지원을 받던 현대차와 기아 등 업체는 지원을 받지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을 통해 “한국에서 미국의 이런 행동을 두고 ‘배신’이자 ‘뒤통수를 때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미국에 대한 환상이 다시금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믿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힘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며 “미국이 그동안 한국을 대하던 태도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를 대하는 무관심하고 거만한 외교적 태도가 이번 전기차 보조금 관련 법안 시행에도 나타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2018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도 일부 차량에는 고율의 수입 관세를 적용해 현대차와 기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며 협력체계 구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점도 미국의 일방적 외교 자세를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한 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특히 보수층이 미국과 관련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한국 보수층이 미국과 동맹 관계 강화에 노력하며 이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번 전기차 보조금 지원 방안에서 보듯 미국은 한국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공동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실질적으로 자국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울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웃는 가면 아래에 점점 교활하고 이기적인 얼굴을 감추고 있다”며 한국이 맹목적으로 외교와 경제 등 측면에서 미국의 요구만 따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보조금 제외와 관련해 미국 정부 측에 공식적으로 해당 사안을 재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독단적이고 일방적 외교 정책에 의문을 표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 아닐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