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9월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활동을 막는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해충돌과 전입신고 논란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한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더 민간의 창의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시장 반칙행위에 대한 시정과 함께 경쟁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제도 운영 방향도 밝혔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인 개정된 대기업집단 제도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특수관계인 범위 축소·조정,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유예 확대, 공시제도 보완·정비 등 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합리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수 일가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사익 편취나 효율성과 무관한 지원 목적의 부당 내부거래는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하기보다는 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게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박용진 의원은 “기재부와 법무부 주축으로 구성된 경제형벌규정 개선 개선과제 TF에 공정위가 어떤 견해를 냈는지 알고 있나”라고 묻자 한 후보자는 “신고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위법행위에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지주회사 설립신고를 늦게 하거나 거짓으로 하는 행위, 가맹본부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거나 14일 이내에 가맹금을 수령하는 행위가 약한 행위인가”라고 반문하며 “공사대금 미지급 처벌이 과도하다고 하니까 처벌 수위를 낮추겠다고 하는 게 공정위가 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자는 “말씀하신 내용을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유희동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한 법집행이라는 건 무엇인가”라고 묻자 한 후보자는 “절차적 권리 보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정위 조사과정의 피심의인의 절차적 권리 부분에서 불투명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자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피심의인(피고)이 절차적 권리가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후보자는 부당지원 등 불공정한 행위로 공정위에 고발당한 쪽을 더 보호해야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냐”며 “공정위의 임무는 엄정히 조사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어느 쪽에도 선입관을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 후보자의 전문성을 두고 여야 사이 공방도 벌어졌다. 한 후보자는 보험연구원자을 지낸 보험법과 상법 전문가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법 전문가가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만드는 집행기관 위원장으로 적합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약관 규제법, 구매담합법 등 공정거래분야에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며 “소비자보호에 관한 칼럼도 집필하고 전반적으로 준비가 돼있다”고 바라봤다.
한 후보자는 "공정거래법에 관한 강의를 2학기 했고 관련 논문이나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며 "금융, 통신, 보험 관련해서 공정경쟁이나 불공정거래, 소비자 보험 문제와 관련해 적지 않은 논문을 썼고 비교적 최근에 구매담합에 관한 미국법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 과거 경력과 관련해 이해충돌 문제도 떠올랐다.
한 후보자는 2009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는데 이 기간 한국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했다.
또 한 후보자는 보험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 연구기관인 보험연구원의 원장으로 재직할 때 3년간 약 11억6천만 원의 고액 연봉을 받았다. 향후 규제기관장으로서 보험사의 공정거래 법규 위반 여부를 심의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지위에서 경영을 감시하며 해당 은행과 관련한 회의는 열리지 않았거나 참석하지 않아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보험연구원이 보험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구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보험사를 옹호하거나 변호하는 그런 활동은 한 적이 없다"면서 "이해상충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피·제척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의 전입신고 논란도 다뤄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자가) 2007년 자택에서 350미터 떨어진 상가로 17일 동안 전입신고 했다가 다시 집으로 전입신고 했다”며 “이유가 집주인이 은행 담보대출 받겠다며 주소 옮겨달라고 해서 그랬다는 건 집주인이 은행을 속이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 후보자는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이날 청문회는 한 후보자의 자료제출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탓에 파행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률이 과거 후보자들보다 월등히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업무수행 능력과 무관하다며 한 후보자를 엄호하고 나섰다.
결국 한 후보자가 부실 자료 제출을 두고 "직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며 “사과드리고 정보는 모두 제공하겠다”고 말해 청문회가 재개됐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면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된다. 권오승·정호열 전 위원장에 이어 교수 출신으로서 세번째 공정위원장에 오른다.
한 후보자는 1964년 태어나 서울 양정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석사,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