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해야”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8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이 상당 기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자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자국 주도 아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와 제품기술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공정 기술이 강한 한국 및 대만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립, 검사 및 생산의 비교우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반도체를 포함해 미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각종 조사나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에 있어서도 동맹국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상에서 반도체 소비 시장 역할을 할 뿐 제조와 관련된 모든 핵심 기술들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반도체 매출의 5%만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조립·테스트·패키징 부문에서 제한된 역할만을 맡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수입의존도와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 수출 통제, 투자 제재, 금융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는 데 큰 장애요인이 돼 당분간 중국 반도체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중국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 거점을 구축하여 지역별로 특화된 생산체제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것이 단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후공정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고 노광장비 등 한국이 아직 약한 분야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는 공급망을 분산시키기 위해 현재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체 공급망 안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하다고 제언했다.

공급망 안정이란 반도체 산업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세계는 기술패권을 이용한 헤게모니 전쟁 중으로 이런 ‘신냉전’ 속에서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것이며 미국, 일본, 대만 반도체 동맹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기존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상 필수불가결한 새로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