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강화된 대출규제, 기존 주택 처분에 어려움이 겹치면서 입주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이 자금마련이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규제도 강화됐다. 여기에 주택거래도 급감해 수분양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데 크게 애를 먹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8월에 입주 대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7735세대로 예상됐다. 이는 전달인 7월(2만4711세대)보다 3천 세대 늘어나는 셈이다.
더욱이 하반기에 입주물량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올라 수분양자들의 입주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6월 4.04%로 집계됐다. 올해 1월 3.85% 수준을 보이다가 0.19%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2.25%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적용 대상이 늘어 수분양자들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6억 원을 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 소득에 관계없이 1억 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상환비율 40%가 적용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금융권 전체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고객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대출 이자 상환액만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상황까지 더해져 수분양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기존에 살던 집을 팔아 잔금을 충당하려는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몇 달 째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각종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의 올해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6월 주택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수도권의 주택 거래량은 12만3831세대로 2021년 상반기보다 55.5% 급감했다.
이처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실제 속출하고 있다. 계약을 포기하면 최대 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올해 상반기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의 미계약 물량은 2788세대로 지난해 상반기(1392세대)보다 2배가량 늘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가 계약 이후 포기하거나 부적격 당첨 등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분양 물량에 대한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작은 규모지만 74세대 청약 모집에 27명만 신청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에 위치한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 청약을 보면 지난 5월 1순위 청약 이후 미분양 물량이 있어 2순위 청약이 진행됐지만 청약 신청자는 27명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벤트성 할인분양과 비규제지역에서 중도금 대출 지원 등을 내걸기도 하지만 분양시장이 얼어 붙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직방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 “새 아파트 입주시장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아파트를 처분한 잔금으로 새 아파트에 들어가려는 이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주택 매수심리도 위축돼 기존 아파트를 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