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7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2025년까지 12%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28나노 이상의 성숙공정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12인치 웨이퍼 기준 반도체 생산능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중 반도체 전략 다른 길, 미국은 7나노 이하 중국은 28나노 이상에 초점

▲ 미국은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중국은 28나노 이상 반도체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일 “반도체 공급망 붕괴,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 등으로 전 세계가 반도체 현지 생산과 공급망의 자율성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며 “최근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미국은 3년 안에 첨단 공정 생산능력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상·하원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최종 의결했다.

법안은 보조금과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서 28나노 이하 공정의 기술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외국 반도체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뿐이다. 따라서 반도체지원법이 삼성전자와 TSMC의 중국 투자를 어떻게 제한할지는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7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생산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7나노 이하 반도체는 대만이 78%, 한국이 21%, 중국이 1%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5년에는 대만이 69%, 한국이 18%, 미국이 12%, 중국이 1%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대만의 7나노 이하 생산점유율은 줄어드는 대신 미국의 점유율이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28나노 이상의 성숙공정에서 생산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첨단공정에서 점유율을 높이기에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첨단공정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7나노 이하의 첨단 제조공정에서는 램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미국 반도체 장비회사의 중요성도 커 중국이 미국의 도움 없이 단기간에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기존 장비의 제약 조건 내에서 28나노 이상의 성숙공정 생산량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12인치 웨이퍼 기준 반도체 생산량은 대만이 47%, 중국이 24%, 한국인 13%, 미국이 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5년에는 대만이 43%, 중국이 27%, 한국이 12%, 미국이 8%를 담당하며 중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대만의 생산 점유율이 줄고 중국의 점유율은 3%포인트 증가하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중국 기업 SMIC가 7나노 양산에 성공한 만큼 미국은 네덜란드를 설득해 EUV 외에 불화아르곤(ArF) 심자외선(DUV) 장비 수출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이 불화아르곤 DUV 장비를 수입하지 못한다면 28나노, 40나노 반도체 생산 확대 계획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