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업계는 홈술 및 고급화 트렌드에 맞춰 연예인을 앞세운 증류식 소주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원소주 출시행사에 참석한 가수 박재범씨.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스타들의 이름과 얼굴을 앞세운 소주들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홈술 및 고급화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팬심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유통기업들은 ‘연예인 소주’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소주와의 차별화를 위해 고급 증류식 소주를 선보이고 있는데 희석식 소주 중심의 국내 소주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편의점에 내놓은 증류식 소주는 인기 상품으로 급성장하면서 여름철 주류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운영사 코리아세븐에 따르면 8월 말 가수 임창정씨를 내세운 증류식 소주 브랜드 ‘소주한잔’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소주한잔은 임창정씨가 2003년 발표해 오랜 사랑을 받아온 노래에서 이름을 땄다.
세븐일레븐은 앞서 5월에는 임창정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고기집의 이색 메뉴 ‘임창정미숫가루꿀막걸리’를 상품화했다. 이 막걸리는 출시 3주 만에 초도물량 10만 병 모두 완판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자 소주한잔을 후속으로 기획한 것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배우 김보성씨를 모델로 내세워 지난달 25일 소주 ‘김보성의리남소주’의 판매를 시작했다. 김보성의리남소주는 김보성씨의 유행어를 활용해 ‘관계를 돈독히 하는 술자리’라는 콘셉트의 패키징 디자인을 적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박재범 소주’로 유명한 ‘원소주’의 양산형 제품인 ‘원소주스피릿’을 지난달 12일 출시했다. 원소주 스피리츠는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GS25의 기존 제품을 모두 밀어내고 주류품목 매출 1위에 올랐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연예인 소주가 해당 인물의 유명세를 활용해 제품 홍보가 쉽고 새로운 체험 및 예상치 못한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층의 취향에도 맞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예인 소주가 증류식 소주를 위주로 선보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증류식 소주는 전통주로 인정을 받으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고 유통기한도 길다.
▲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달 배우 김보성씨의 유행어 '의리'를 활용한 김보성의리남소주를 출시했다. |
여기에 고급화와 혼술 트렌드에 부합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증류식 소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증류식 소주의 출고 규모는 2016년 246억 원에서 2020년 448억 원으로 4년 새 82.1%가 급증했다.
연예인 소주 열풍의 시작을 알린 것은 가수 박재범씨의 ‘원소주’다.
박재범씨는 2018년부터 자신만의 소주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2018년에는 곡 ‘SOJU’를 발표하면서 술을 향한 자신의 감성을 드러냈고 공개석상에서 원소주 출시와 관련해 언급하는 등 대중들의 관심을 일찍부터 끌어모았다.
박재범씨는 자체 소주 제품 기획을 위해서 지난해 4월 ‘원스피리츠’ 법인을 설립하고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올해 2월에 선보였다.
출시 당시 원소주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첫 날에만 1만 병이 팔리는 등 완판기록을 세워 유통업계가 연예인 소주에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연예인 소주가 주류시장에서 이미 대세로 떠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연예인을 앞세워 지나치게 소주 가격을 올렸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시중의 일반소주는 물론 증류식 전통 소주인 안동소주와 비교해 연예인 소주의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원소주는 한 병에 1만4900원(375ml), 양산형 제품인 원소주스피릿은 1만2900원(375ml)의 가격이 매겨졌다. 김보성의리남소주는 4500원(360ml)이다. 곧 출시될 임창정씨의 소주한잔 용량과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제한된 공급량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GS25는 원소주스피릿의 매장 발주량을 하루 6병으로 제한했지만 공급이 여의치 않자 6일 동안 신규 발주를 중단하기도 했다. 원소주스피릿을 구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자 점주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김보성의리남소주는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에 맞춰 예약발주를 통해서 제품을 수도권에 한정해 공급하고 있다.
연예인 증류식 소주의 판매는 순항하고 있다.
원소주스피릿은 일주일 만에 판매량 20만 병을 돌파하며 초도물량을 모두 소화했고 김보성의리남소주 역시 판매 호조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