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차타기 전 휴가용품 여기서, 용산역 사회적기업 판매매장 가다

▲ 서울 용산구 용산역 내 맞이방에서 ‘사회적경제기업 판매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물건을 ‘잘 만드는 것’보다 ‘잘 파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 온오프라인 대형 매장 위주로 물건을 구매하면서 우리네 장바구니에는 낯선 물건이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사회적기업들이 좋은 뜻과 정성이 담긴 물건이지만 잘 팔기가 어려운 것도 그때문이다. 

27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서울 용산구 용산역 내 맞이방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판매매장’을 찾아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용산역 판매매장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코레일유통의 ‘역사별 사회적경제기업 단기매장 운영지업 사업’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단기매장은 올해 7월에 용산역과 청량리역 두 곳에 문을 열었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와 소이플리협동조합이 주관하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청량리역에서는 지난 25일 영업을 마쳤고 용산역에서는 오는 31일까지 매장이 운영된다.

용산역의 사회적경제기업 판매매장은 맞이방 내 전자상가 방향 출구 근처에 마련돼 있었다.

매장에 다가가니 중년 여성분이 미소로 맞는다. 눈길 보내는 물건마다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진열된 물건의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다. 진열된 남성용 여행 가방에는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장식용 인형들은 모두 표정이 달라 똑같은 것이 없었다. ‘잘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신뢰가 갔다.

작은 매장이지만 간단한 먹거리부터 여행용 가방, 의류, 인형, 악세서리, 주방용품 등까지 품목도 다양했다.

매장을 관리하는 최득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전문위원은 “매장 주제를 ‘사회적경제기업과 함께하는 쇼캉스를 즐기세요!’로 잡고 여름, 여행 등과 관련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품목 구성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물건 품질에 비교하면 용산역 맞이방 한편에 마련된 임시매장의 입지 조건은 아쉬웠다. 여유 없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역 맞이방에서 누군가가 진득하게 물건 구경을 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역 맞이방의 임시매장도 사회적 경제기업에는 얻기 힘든 기회라고 한다. 임시매장이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역 맞이방에서 물건을 알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 전문위원은 “이번 용산역 매장에는 많은 사회적 경제기업이 참여하기 원했지만 공간적 제약 때문에 10여 곳을 선정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안정적 판로 확보는 사회적경제기업에게 단순히 판매 실적만 뜻하는 게 아니다.

절대적 판매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판매 방식이 임시매장과 같은 일회성 상황에 머물게 되면 구매자로부터 피드백 등을 들을 수 없어 품질 향상 등 기업으로서 성장성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최 전문위원은 “많은 사회적 경제기업이 판매한 물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들을 길이 없어 답답해 한다”며 “이번 매장 운영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반응을 듣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고 매장 운영을 마친 뒤에는 기업에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이 만들어진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5일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호거래 온라인 플랫폼인 ‘더 쎈(The CEN, Cooperative Economic Network)’의 출범을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더쎈은 2023년 중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