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를 계기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번 파업 사태로 대규모 매출 차질이 발생해 출구전략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서두를까,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출구전략이 주목된다. |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된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통째로 사들일 새 주인 찾기 쉽지 않은 점을 들어 강 회장이 분리매각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25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조선업 산업구조 개편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경영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 오다가 올해 1월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으로 매각에 제동이 걸리자 재매각 방안을 찾기 위한 경영컨설팅을 시작했다.
당초 경영컨설팅 방안은 3월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매각에 고려해야 할 대내외적 경제환경에 변수가 생기면서 방안 마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철의 강재가격이 상승하는 등 주요 변수들 자체가 흐트러졌다”며 “추가적으로 파업에 따른 영향까지 생기다 보니 그런 점들을 반영하느라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의 경영컨설팅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를 계기로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 11조8천억 원의 회수가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파업 사태로 8천억 원가량의 추가 손실마저 예상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빠른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 비율은 3월 말 기준으로 546.6%로 지난해 말 390.7%보다 155.9% 확대됐다. 일반적으로 부채 비율이 400%를 넘기면 기업 존립이 위태롭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회장은 그동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부실기업에 관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강 회장은 2008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가만히 놔두게 되면 구조조정이 자연적으로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이런 때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부실한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강 회장이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심사에 막혀 대우조선해양의 통매각이 사실상 힘든 상황인 점을 고려해 대우조선해양의 방산부문과 상선부문을 각각 쪼개서 매각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은 몸집을 줄임으로서 새 인수기업의 부담을 덜어 인수기업 후보군도 넓힐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와 KDB산업은행은 2016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의 방산부문과 상선부문을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분리매각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강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 방안으로 분리매각을 꺼내든다면 다시 한번 파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하청업체가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자체 노조가 움직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5월 대우조선해양 분리매각 가능성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통해 “분리매각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다”며 “불순 세력들이 계속해서 대우조선을 흔든다면 노동조합의 강고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대우조선해양은 방산과 상선부문이 서로 보완해서 운영하는 구조이며 야드(건조장) 구조상 두 사업을 분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KDB산업은행은 25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분리매각 검토에 들어갔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방산부문 분할 매각을 포함한 어떠한 방안도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