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돋보이게 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경쟁차종들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고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토레스 경쟁 중형SUV 가격 줄인상에 '가성비' 부각, 출고대기는 약점

▲ 쌍용차 토레스가 경쟁차종의 가격인상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이 돋보이게 됐다. 


다만 사전계약부터 인기를 모은 토레스의 출고대기 기간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존 계약이 실제 판매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인기 중형 및 준중형SUV 차종의 가격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3일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준중형 및 중형SUV 판매 3위를 차지한 투싼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고 판매에 들어갔다. '2023 투싼'의 가격은 가솔린 모델 기준 기존 2435~3238만 원에서 2584~3155만 원으로 트림별로 가격이 모던은 149만 원, 프리미엄은 231만 원, 인스퍼레이션은 83만 원 올랐다. 새로 추가된 어드벤처 패키지 모델은 최상위트림 인스퍼레이션보다 78만 원 더 비싸다.

기아는 이달 11일 상반기 준중형 및 중형SUV 판매 1위인 쏘렌토 연식변경 모델을 조용히 출시했다.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3002~4284만 원으로 기존 2958~4239만 원보다 모든 트림에서 44~45만 원 비싸졌다.

연식변경 쏘렌토는 차량 뒷면 중앙에 있던 쏘렌토 레터링이 좌측으로 자리를 옮기고 모든 트림 1열에 차음 글라스를 적용하는 등 상품성이 강화됐으나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준중형 및 중형SUV 판매 7위 현대차 싼타페는 지난해 말 연식변경을 통해 기본 모델인 프리미엄 트림을 없애면서 시작 가격을 181만 원 높이고 트림별 가격을 42~48만 원 인상했다.

상반기 판매 2위 기아 스포티지는 다음달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가격도 함께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6위 르노코리아자동차 QM6는 3월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고 기본 등급이었던 SE트림을 없애고 가솔린 모델 가격을 최대 166만 원 올렸다.

쌍용차는 토레스 1호 차량을 이달부터 고객에게 인도하고 본계약에 돌입했는데 경쟁 차종의 가격인상은 토레스 판매 호조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차량을 선택할 때 가격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경쟁 차종의 가격인상이 이어지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쌍용차의 토레스 판매 전략이 더욱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솔린 단일 모델로 출시된 토레스의 제원은 전장 4700mm, 전폭 1890mm, 전고 1720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680mm다. 전폭은 기아 쏘렌토보다 10mm 좁지만 기아 스포티지보다는 25mm 넓다. 전고는 쏘렌토보다도 20mm가 높다.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T5는 2740만 원, T7는 3020만 원으로 투싼, 스포티지의 중간트림과 비슷한 가격이고 쏘렌토, 싼타페보다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형 차급에 준중형 가격대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셈이다.

3천만 원대에 넓은 실내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토레스의 소비자 체감 가격은 책정 가격보다 낮을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쌍용차는 경쟁 모델인 현대차·기아의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와 르노코리아 QM6가 3~5개 트림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단 2개의 모델로 토레스의 트림을 최소화했다. 또 토레스 기본모델에 12.3인치 내비게이션과 8인치 통합 콘트롤패널 등 편의사양과 앞차 출발 알림 경고(FVSW), 전방 추돌 경고(FCW), 차선 유지 보조(LKA) 등 안전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다만 토레스의 출고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실제 판매로 이끄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지면 경쟁차종과 비교해 '빠른 인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사라질 뿐더러 기존 계약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쌍용차 영업소는 토레스 인도기간을 2~3개월로 안내했으나 사전계약에서부터 판매 호조를 보이며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전계약 첫날 1만2천 대가 계약되며 쌍용차 브랜드 사전계약 첫날 최고 기록(2005년 액티언, 3013대)을 4배가량 넘어선 토레스는 7월3일 기준 사전계약 3만 대를 돌파했다.

이에 쌍용차는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지난해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시행했던 1교대 근무체제를 끝내고 이달 11일 주간 연속 2교대로 재전환 했다. 이에 따라 토레스를 티볼리(에어), 코란도와 함께 혼류 생산하는 평택공장 조립 1라인은 연간 5만 대 이상 생산 능력이 늘어났다.

김범석 쌍용차 마케팅 담당은 이달 초 토레스 신차발표회 질의응답을 통해 "당초 1만6800대 판매를 계획 했으나 생산 2교대 라인을 돌리면서 출고대기를 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생산이나 구매 쪽에서 노력 하고 있다"며 "하반기까지 2만5천대, 3만 대까지 공급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몰려드는 계약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목표로 한 3만 대 물량을 공급한다 해도 이를 넘어서는 사전계약과 이달 15일부터 시작한 본계약 물량은 해를 넘겨야 고객에게 인도될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한 대라도 더 빨리 고객들에게 인도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으나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 계약하면 연내에 받을 수 없다는 고지를 해드리고 계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종별 예상 납기표에 따르면 7월에 신차를 계약하는 고객은 가솔린 모델 기준 현대차 투싼과 싼타페는 각각 9개월, 8개월,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는 각각 13개월 이상, 11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쌍용차 토레스 경쟁 중형SUV 가격 줄인상에 '가성비' 부각, 출고대기는 약점

▲ 쌍용차 토레스가 시내를 달리고 있다. <쌍용자동차>

토레스가 가솔린 모델로만 출시되는 점도 판매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차는 10만5749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22.4% 늘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모든 연료별 자동차 판매량이 뒷걸음치며 전체 판매량(81만8860대)이 11.4% 줄어든 점 고려하면 소비자의 선택이 하이브리드차로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1~5월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누적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는 8만7472대가 판매돼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8만2295대)를 앞지르기도 했다.

토레스의 경쟁차종 가운데 QM6를 제외한 모든 차종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췄다. 특히 쏘렌토는 상반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2만3412대 팔려 전체 판매의 73.7% 차지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에서 싼타페는 46.3%, 스포티지 33.6%, 투싼 28.9%를 하이브리드차가 책임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QM6는 LPG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QM6 1만3899대 가운데 LPG 모델이 8540대로 비중 61.4%를 보였다. 기아 스포티지도 다음 달 연식변경을 통해 LPG모델을 추가할 계획을 세웠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