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의 최대 숙제가 ‘롯데온 인지도 높이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2일 소비자 반응을 종합한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롯데쇼핑이 이커머스사업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G마켓 등과 비교해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6월에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를 보면 최근 1개월 이내 구매 경험이 있는 쇼핑몰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16.7%만이 롯데온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쿠팡(64.8%)과 네이버쇼핑(61.1%), G마켓(34.2%), 11번가(33.7%), 옥션(20.7%), SSG닷컴(19.3%) 등과 비교해 이용률에서 밀린다.
특히 어떤 쇼핑몰을 1순위로 이용하느냐 묻는 질문에 롯데온을 선택한 응답자는 0.8%에 불과했다. 100명 중 1명만 롯데온을 주력 이커머스 쇼핑몰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반면 1순위 이용 온라인 쇼핑몰 순위에서 쿠팡과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등은 각각 34.2%, 23.5%, 8.1%, 6.3%의 선택을 받았다.
롯데온이 유료멤버십 롯데오너스를 운영한다는 점도 소비자들은 잘 모르고 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롯데오너스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8.3%였다. 실제로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이보다 더욱 줄어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쿠팡의 유료멤버십 로켓와우와 네이버의 유료멤버십 네이버플러스의 이용률이 각각 39.9%, 26.7%로 조사된 것과 대비된다.
이들의 뒤를 쫓고 있는 SSG닷컴-G마켓의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의 이용률은 19.3%다.
앞으로 추가 이용할 의향이 있는 유료멤버십을 묻는 질문에서도 롯데온을 선택한 응답자는 적었다.
네이버플러스와 로켓와우, 스마일클럽을 뽑은 응답자는 전체의 18.1%, 13.9%, 11.0%였으나 롯데오너스를 선택한 응답자는 4.3%에 그쳤다. 마켓컬리가 운영하는 멤버십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자 7.5%에도 밀린다.
이런 조사 결과는 롯데온에게 뼈아픈 수치일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전통 오프라인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지만 온라인 전환이라는 흐름에 제 때 올라타지 못해 통합 온라인 쇼핑몰 출시에 뒤쳐졌다.
부랴부랴 조직을 재정비해 2020년 4월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탓에 소비자 관심이 급격히 식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롯데온의 반등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된 나영호 대표가 조직에 ‘디지털 DNA’를 이식하고 있으나 실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커머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G마켓 등 '3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나 대표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쇼핑 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만 이커머스사업부는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기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던 대형마트가 점포 재단장 효과로 손익을 개선하고 있고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효과로 롯데컬처웍스(시네마)의 손익이 빠르게 호전되는 점은 하반기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이다”며 “다만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 적자는 구조적으로 당장 줄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도 최근 롯데쇼핑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커머스사업부가 올해 영업손실 170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보다 적자가 9% 늘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