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in리포트] 반도체 재고 압박 커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중고'

▲ 반도체 재고 압박이 커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제품 출하량이 올해 들어 크게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요 부진 및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반도체 재고가 모두 소화되기 전까지 장기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AVIC증권 “전자제품과 반도체 수요 약세,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

12일 중국 AVIC증권의 '반도체 산업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과 지정학적 충돌,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원인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전자제품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다.

AVIC증권은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기술 혁신이 부족하고 폴더블 스마트폰마저 더 이상 새로운 요소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수요 위축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가 31개월까지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9.09% 감소했고 지난해 4분기보다 13.33% 줄었다.

PC 수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4.14%,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13.12% 감소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PC를 중심으로 전자제품 업계 불경기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AVIC증권은 “전자제품 업체들이 반도체 공급 부족을 대비해 재고 비축분을 늘려 놓은 데다 최근에는 수요 자체가 약세를 보이면서 반도체와 부품 재고가 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로 가격도 갈수록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D램 평균 가격은 지난해 2분기보다 10.6% 떨어졌다. 3분기 D램 가격은 지난해 3분기보다 21%, 낸드플래시 가격은 1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AVIC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등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매출 증가율이 낮아지고 재고 증가율은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1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이 49조847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보다 53.9% 늘어나는 등 재고 압박을 받고 있다.

AVIC증권은 한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인용해 “한국의 5월 반도체 재고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4% 늘어 약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며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전자제품과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 소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됐다.

AVIC증권은 “전자제품 시장 수요는 하반기에도 위축돼 있을 것이며 관련된 반도체 업계는 재고 소화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2023년 1분기에 수요 전환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차이나in리포트] 반도체 재고 압박 커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중고'

▲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충청북도청>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원가 상승과 수요 감소 '이중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에 따른 타격뿐 아니라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원재료 및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공급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와 반도체 세척용 가스, 가스의 원재료인 네온 등 가격이 모두 줄줄이 인상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 부진이 전체 실적에 큰 압박을 더할 수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수요 위축도 출하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재고 관리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메모리 가격 인하를 통해 재고 압박을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는 최근 "삼성전자가 D램 가격을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서 인하해 재고 소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다른 업체도 비슷한 전략으로 방향을 정하게 되면 반도체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익성이 당분간 재고 수준을 충분히 낮출 때까지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은 최근 3~5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공급 과잉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신규 공장 설립 계획도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하반기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생산과 투자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한국 반도체 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 등의 사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은 주로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 분야에 치중돼 있어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경기침체 등 영향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