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늦게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지만 애플 등 주요 고객사 물량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일본언론이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3나노 파운드리 등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TSMC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을 고객사들에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1일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TSMC는 현재 대만 신주와 타이난에 하반기부터 양산을 목표로 3나노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도입한 뒤 곧바로 애플 등 주요 고객사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충분한 양산 규모를 갖춰내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니케이아시아는 반도체 파운드리사업 특성상 이처럼 확실한 고객사를 염두에 두고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를 진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TSMC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단기간에 많은 물량의 반도체를 수요로 하는 만큼 신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 투자도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이뤄져야 한다.
니케이아시아는 “TSMC 이외에 다른 파운드리업체가 이처럼 완전히 준비된 기술과 생산 능력을 모두 선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며 “이런 측면에서 TSMC가 확실한 장점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TSMC가 올해 440억 달러(약 57조 원)의 생산 투자를 계획하며 이 가운데 70~80%를 첨단 공정에 활용하는 만큼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TSMC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아직 3나노 반도체를 공급할 고객사와 관련해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고 생산 규모도 크지 않은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니케이아시아는 “반도체 미세공정 개발은 기술력에 핵심 지표로 꼽히지만 어떤 첫 고객사에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는지가 상용화에 특히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고성능 컴퓨터와 중국 가상화폐 채굴업체 등에 3나노 반도체 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해당 고객사 기반이 장기간 유지될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퀄컴이 삼성전자에서 충분한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위탁생산업체를 TSMC로 변경한 점도 삼성전자에 불리한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다.
니케이아시아는 TSMC가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과 같은 고객사에 스마트폰 및 시스템반도체 경쟁사로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점도 파운드리사업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고객사들이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때는 최신 반도체 설계기술이 유출될 위험을 덜고 더 굳건한 신뢰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니케이아시아는 최근 글로벌 경제 악화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와 완제품 등 주요 사업에서 모두 실적 악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수익 규모를 키워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TSMC를 따라잡는 데 고전하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고객사들이 TSMC에만 대량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맡기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삼성전자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니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양산에 TSMC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