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크론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가 2년 가까이 지속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경제 불황으로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데이터서버와 자동차 분야까지 메모리 수요 둔화가 확산돼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들이 실적 반등 기회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증권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반도체업황은 완전한 ‘다운사이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는 장기간 수요 강세와 가격 상승 국면을 거친 뒤 고객사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도 하락하는 다운사이클에 들어서는 흐름을 보인다.
다만 이번 다운사이클은 반도체기업들의 공급 경쟁이 아닌 전 세계적 경제 불황과 공급망 차질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를 보인다.
시킹알파는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을 예시로 들며 “메모리반도체는 소비재에 해당하는 만큼 주기적으로 업황 변동을 겪는다”며 “마이크론의 수익성 악화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바라봤다.
마이크론이 반도체시장에서 가격 주도권을 잃고 수익성에 타격을 받는 상황이 이미 메모리반도체 전반의 수요 둔화를 나타내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 제조사뿐 아니라 중국 서버업체를 포함한 데이터서버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반도체 수요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버와 자동차시장은 일반적으로 메모리 불황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지만 최근에는 세계 경제상황 악화로 기업들의 서버 투자와 자동차 수요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전자제품과 자동차 생산원가 상승도 반도체 수요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킹알파는 “IT기업들이 서버 투자를 축소한다면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역시 거시경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는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시킹알파는 평균적으로 메모리반도체 다운사이클이 발생하면 8개 분기 동안 지속되어 왔다며 앞으로 7개 분기 이상 반도체업황 악화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거시경제 상황이 언제 개선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메모리반도체업황이 언제 회복세로 돌아설 지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시킹알파는 마이크론의 실적과 주가도 2023년까지 반도체업황 악화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세계 경제상황이 개선돼야 주가 반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의존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및 주가에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만약 시킹알파의 예상대로 메모리반도체 업황 부진이 2년 가까이 지속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도 장기간 실적 회복과 주가 반등을 시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킹알파는 “마이크론 주가는 현재 고점 대비 약 45% 하락한 상태지만 앞으로도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