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세계 시장에 백신을 대규모로 공급해 경쟁력을 입증하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만큼 수요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기구와 협력해 해외 저소득국가에서 백신 수요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도국 판매 노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


3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GBP510)'의 품목허가를 받은 뒤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 등 해외 허가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이 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목록에 오르면 글로벌 백신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COVAX) 등 공공시장을 통한 공급이 가능해진다.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미비한 저소득국가의 백신 수요를 공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제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 따르면 아프리카 등 해외 저소득국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 등과 함께 코백스를 구성해 선진국이 공여한 자금을 바탕으로 저소득국가에 대한 백신 수급을 지원하고 있다. 

코백스는 2020년 6월 출범한 후 지금까지 세계 87개 국가에 백신 13억 도즈(1회 접종분) 이상을 공급했다. 이는 저소득국가에 공급되는 전체 백신의 82%에 이르는 물량이다.

그러나 저소득국가에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은 5월 성명을 내고 “고소득국가 인구 80%가 백신을 1회 접종한 것과 비교해 저소득국가 접종률은 16%에 그친다”며 “2023년 초까지 최소 3억3천만 도즈 이상의 백신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 질병관리청은 6월 말 기준으로 12세 이상 인구 중 94.7%가 2차 접종을 완료했고 70.9%는 3차 접종까지 받았다고 집계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을 해외 위주로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애초 전염병대비혁신연합,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등으로부터 수천억 원 규모 연구비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는 점도 글로벌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스카이코비원은 앞서 2020년 말 전염병대비혁신연합으로부터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웨이브2(Wave 2)’의 첫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보관방법이나 접종 횟수, 생산성, 면역반응 등 다양한 부분을 개선한 백신을 발굴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스카이코비원은 백신 유통이 쉽지 않은 저소득국가에서도 상대적으로 공급이 수월한 형태로 개발됐다. 영하 수십 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과 달리 합성항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 영상 2~8도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따로 초저온 환경을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백신 물류망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도국 판매 노려

▲ 전체 인구 중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의 비율. 저소득국가 접종률이 고소득국가와 비교해 훨씬 낮다. <아워월드인데이터>

또 앞으로 스카이코비원이 추가접종(부스터샷)용으로도 허가를 받게 되면 백신 수요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한 사람에게 다시 추가접종하는 방식, 다른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스카이코비원을 추가접종하는 방식 등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백신사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까닭이다.

안 사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스카이코비원이 백신 후발주자라는 우려에 대해 “시장 점유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며 “스카이코비원이 전 세계 건강을 위해 기여할 바가 많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은 회사 실적뿐 아니라 SK그룹이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 저소득국가에 백신을 공급함으로써 작게는 빈곤층의 보건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크게는 글로벌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4월 발간한 ‘감염병 팬데믹 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의 의의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중저소득국가가 코로나19 면역 수준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상위 30개 고소득국가에서는 2022~2023년 2160억 달러, 2023~2024년 258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소득국가의 관광과 무역 등이 위축되는 일이 고소득국가의 수출과 수익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빈곤한 국가에 백신이 적시에 제공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잠재적인 경제적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한다”며 “세계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접종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유한 국가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