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증권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KCC는 2022년 매출이 6조 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KCC는 2020년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5조 원을 넘어섰는데 2년 만에 매출 6조 원대로 올라서는 것이다.
영업이익도 2020년 1330억 원에서 올해 5760억 원 수준으로 330%가 넘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KCC 실적 상승을 이끄는 1등 공신은 실리콘사업이다.
KCC는 이미 실리콘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거두고 있다. 전체 그룹 매출로 봐도 실리콘사업이 30% 이상을 차지하며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게다가 KCC의 실리콘사업은 전망도 밝다. 전기차, 반도체 등 고부가제품에 실리콘 사용량이 늘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세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6월 KCC 기업실적보고서에서 “KCC 실리콘사업부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각각 10%, 24% 증가할 것”이라며 “KCC는 특히 국내시장에서 모멘티브 제품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미국 워터포드 공장의 전기전자 관련 실리콘제품 생산은 그 시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2018년 3조5천억 원을 투입해 미국 실리콘제조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고부가가치 실리콘시장으로 진출했다. 그 전에는 건축용 실리콘(실란트) 제작에 머물러 있었다.
모멘티브는 특수실리콘 및 첨단소재분야에서 70년이 넘는 업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세계 실리콘시장에서 매출 기준 2위 기업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실리콘 제품을 생산해 납품할 수 있는 기업은 모멘티브를 포함해 세계 실리콘 기업 1위인 미국의 다우듀폰를 포함해 독일의 바커, 일본의 신에츠 등이 전부다.
정 회장은 3조5천억 원의 과감한 베팅으로 단숨에 이 높은 진입장벽을 넘었다. KCC 실리콘사업은 이미 올해 매출 2조9천억 원대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멘티브 인수가 정 회장의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실리콘은 방수재료, 접착제 등의 원료다.
실리콘은 크게 유기실리콘과 무기실리콘으로 나뉘는데 무기실리콘은 태양광용 실리콘이다. 유기실리콘은 그 외 다양한 분야에 들어가는 실리콘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KCC와 모멘티브의 사업분야는 유기실리콘으로 탄소가 포함된 석유화학제품과 달리 열을 받아도 타지 않아 건축·인테리어뿐 아니라 자동차, 의료, 반도체, 항공산업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쓰인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신재생사업 등 열 관리가 중요한 산업분야에서 실리콘 적용이 늘어나면서 전방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리콘은 차량 구성품 사이 접착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전기차의 모터, 파워트레인에 적용돼 방열과 전자파 차폐, 경량화 등에 활용된다. 차세대 음극 소재로 적용되기도 한다.
모멘티브는 KCC에 인수절차가 완료된 뒤인 2020년 전자소재 등 고부가 제품군에 대대적 설비투자 등을 감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지난해 약 4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시작했다.
모멘티브는 우선 노후한 생산설비를 교체하고 미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고부가 제품 위주로 바꿔나가고 있다. 또 전기차와 비행기를 비롯한 항공우주, 5G분야 등에 적용하는 실리콘소재 개발에도 힘을 싣고 있다.
투자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KCC는 2021년 4분기 모멘티브 공장의 생산라인 변경, 거래선 다변화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2020년 4분기보다 43%가량 줄어들면서 크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실리콘부문의 EBITDA 마진율(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이 20.4%로 2020년 이후 최고 수치를 보였다. 2분기에도 이런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KCC 관계자는 “상반기 실리콘부문 호실적은 모멘티브의 주력인 미국 자동차산업 등의 경기가 워낙 좋았던 영향이 컸다”며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실리콘 제품이 들어가는 전방시장이 커지고 있어 실리콘사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