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가 세계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와 유럽에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코로나19가 잦아드는 흐름 속에서 민수 분야의 실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방산과 민수에서 모두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경공격기 세계로, 미국과 동유럽에 수출 기대감

▲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그동안 경공격기를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판매했는데 최근 미국의 훈련기 교체 시기와 맞물려 시장을 확대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동유럽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공격기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우선 미국의 전술입문기 수주전에 뛰어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공군전술훈련기 280대 규모와 해군 고등훈련기 및 전술훈련기 220대 규모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최근 록히드마틴과 T-50계열 항공기 1천대 이상을 판매하기 위한 협력합의서(TA)를 맺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강화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에 납품하려는 T-50은 록히드마틴과 1997년부터 2006년까지 2조 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다.

T-50은 고도 4만피트(약 1만2천m) 상공에서 마하 1.5(초속 360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녀 초음속 전투기를 운용하는 미군 조종사를 양성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T-50은 록히드마틴의 베스트셀러 전투기 F-16을 원형으로 하고 있어 미군에서도 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T-50에 전술데이터링크, 정밀유도폭탄, 보호장비를 추가로 장착하게 되면 다목적 경공격기 FA-50으로 운용할 수 있다.

폴란드가 FA-50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시하는 것도 이런 특징 때문이다.

폴란드는 자국의 미그-29 전투기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전력공백이 발생한 데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전투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어 호환성이 높은 FA-50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리우시 부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이 올해 5월말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생산공장을 방문한 뒤 FA-50 경공격기의 성능개량 버전을 36개월 안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FA-50의 1대당 가격이 200억 원~3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다른 서방세계 동급 전투기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200대 이상 판매된 기종으로 성능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수출 전망이 밝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전투기는 그동안 동남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 주로 수출됐으며 중동국가인 이라크에도 수출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동유럽과 중동으로의 수출 협상을 위해 항속 거리를 늘리고 무장을 강화하는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과 업무협약(MOU)를 맺으면서 수출 활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해 K-방산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훈련기와 전투기 수출 전망이 밝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시대를 맞아 민간 항공기 기체 부품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주요 항공기 제작회사인 에어버스와 보잉은 2040년까지 각각 4만 대 이상의 신규 항공기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기체부품실적은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투기 판매를 이어왔고 올해에는 리오프닝 시대를 맞아 항공기 기체 부품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800억 원, 영업이익 149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16.3%, 영업이익은 155.5% 늘어나는 것이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