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파리바게뜨의 부당노동행위 문제로 불거진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SPC그룹 제품 불매운동에 불이 붙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SPC그룹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의 실적 하락은 물론 그룹 이미지 실추라는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시민단체 SPC 제품 불매운동 확산, '포켓몬' 성과 물거품 가능성

▲ SPC 섹타나인, 배스킨라빈스 던킨 SPC삼립과 '포켓몬 챌린지' 진행했다. 


15일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 '청년행동'에 따르면 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3차 촛불집회를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청년행동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017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검토해온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가 16일에 발표된다"며 "촛불문화제도 열어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화섬노조에 따르면 최근 촉발된 SPC그룹 제품 불매운동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 연대 의사를 밝힌 단체 수는 87곳으로 늘어났다. 

시민단체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인천지역 공동행동'이 7일 인천시청 앞에서 SPC그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불매운동을 시작했으며 14일에는 '광주전남노동시민 공동행동'이 동참을 선언했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화섬노조, 청년유니온, 청년행동, 인천공동행동, 광주전남노동시민공동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교수협의회 등이 SPC그룹 부당노동행위 관련 불매운동 선언과 연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순차적으로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모습도 포착됐다.

한 소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린 게시물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PC그룹에 불만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해피포인트 삭제하고 불매하려 한다"며 "파리크라상 안 먹고 동네 잘하는 빵집을 찾겠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SPC그룹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대체할 곳이 있는지에 관한 문의와 대답 댓글이 이어졌다.

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노동총연맹(CGT) 회원들은 앞서 7일 프랑스 파리 생미셸지구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노동착취 관행에 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프랑스노동총연맹은 프랑스 노동조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단체로 의무교육을 마친 프랑스 국민을 대상으로 지속해서 노동교육을 맡고 있는 곳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SPC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SPC그룹은 포켓몬빵 등 포켓몬스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제품군으로 젊은층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이어왔다. SPC그룹이 5월 오픈한 배스킨라빈스 특화매장 ‘포켓몬 위드 하이브 시티’의 경우 6월8일까지 누적 방문객이 7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 공을 들여온 SPC그룹의 노력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SPC삼립이 목표로 내세운 ‘비전2040’ 달성에도 큰 걸림돌이 되는 등 SPC그룹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SPC삼립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470억 원, 영업이익 660억 원을 거뒀다. 2020년보다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29.4% 늘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7762억 원, 영업이익 770억 원을 냈다. 2020년보다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250% 늘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올해 1월 '비전2040' 계획을 발표하고 2024년까지 SPC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조 원과 11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경우는 앞서 남양유업의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2013년 1월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강매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같은해 5월4일에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됐다. 

이후 5월9일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월 매출이 15% 급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그동안 여러차례 노동자와의 갈등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8년 폐쇄회로(CC)TV로 파리바게뜨 매장 노동자들을 감시하거나 유산한 여성 노동자에게 퇴사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또 2017년에는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하며 그 과정에서 협력사가 제빵기사들에게 약 110억 원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도 밝혀졌다. 

2021년 6월에는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에 노조 탈퇴를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고 같은해 9월에는 화물연대와 증차 협상 거부로 기사들이 파업을 하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불매운동과 관련해 “노동조합 측과 원만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불매운동 선언이 이뤄진 것이 13일이라 아직 (SPC그룹 차원에서) 자세한 대응 방안이 나온 것은 없으며 사태의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