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초부터 시작된 곡물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관련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올해 2분기부터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가공식품 기업들이 제품 판매가격 인상을 검토할지 시선이 모인다.
 
곡물 가격 상승세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대상 동원F&B 위기감 고조

▲ 대상과 동원F&B 로고.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유 가격도 올라 가공식품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특히 곡물가 상승세는 올해 안으로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곡물을 원료로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가공식품 기업들은 하반기 수익성 하락이 예상돼 추가로 판매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곡물의 수입 단가가 10% 상승했을 때 약 3.4%의 가격 인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부터 곡물가 지수의 추세를 살펴보면 상승과 하락의 패턴 주기가 뚜렷하다. 

블룸버그가 발표한 곡물가 지수 장기 트렌드를 보면 과거 4번의 상승기에서는 평균 2년7개월 동안 가격이 높아졌다. 

이번 곡물가 상승기의 시작점이 2020년 6월인 점을 고려하면 2022년 하반기까지 곡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곡물가가 과거 싸이클 평균 주기인 2년7개월에 수렴한다면 올해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원가 수준을 고려할 때 하반기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가공식품에서 10% 안팎의 추가 판매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다만 올해 이미 한차례 가격 인상을 진행한 대상, 동원F&B 등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급락했음에도 추가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청정원, 대상에프앤비(F&B)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은 앞서 올해 1분기에 장류(10%), 김치(7%), 국(7%) 등 주요 제품가격을 올렸다. 

대상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867억7300만 원, 영업이익 428억 원을 거뒀다. 2021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0.8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47% 급감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에 힘입어 대상이 2021년 1분기 매출 8595억 원, 영업이익 495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전망치보다 낮았다. 

대상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판매가격을 올해 한차례 인상해 현재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곡물가 등이 상승하고 있지만 대상은 할인가로 곡물을 구매하고 있는 데다 구매계획 등을 미리 수립한 것이 있어 급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동원F&B도 앞서 1월 주요 제품인 죽(15%)과 어묵(10%)의 판매가격을 올렸다. 동원F&B가 어묵 가격을 인상한 것은 3년9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동원F&B도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지는 못했다. 

동원F&B는 2022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479억 원, 영업이익 322억 원을 거뒀다. 2021년 1분기보다 매출은 14.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 줄었다. 

동원F&B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원재료 비용, 물류비용 등이 상승하며 가격 인상 요인이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동원F&B의 가정간편식(HMR) 제품군 확대와 늘어난 외식 수요 등으로 하락한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기업들도 있다. 

오뚜기는 6월1일부터 냉동피자 가격을 13% 인상했다. 2016년 냉동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가격을 올렸다. 풀무원도 앞서 4월 냉동피자 가격을 1천 원 높였다. 

다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을 기다려본 뒤 가격 인상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최근 수급난을 겪으며 가격 불안 조짐을 보이는 밀가루와 식용유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관련 외식업계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갖고 소통했다.

정 장관은 간담회 자리에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물류 부담 증가 등 공급망 위기를 대처할 수 있도록 가격 안정 지원사업 및 식품 외식 종합자금 확대 등을 강구하고 있다”며 “업계 부담완화를 위해 현재 5%인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등의 관세를 할당관세를 통해 인하하고 올해 하반기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정부가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