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간 중심 경제로의 정책 대전환을 약속했다.

보수정부 역대 경제장관들은 감세와 재정개혁 등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전경련에 보수정부 경제장관 모였다, 추경호 "규제 혁파·세법 정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역대 기재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 부총리는 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진행된 전임 기재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범부처적 역량을 동원해 기업활동과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경제부총리가 전경련을 방문한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추 부총리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우선 기존 정부 주도의 경제운용 틀을 깨고 민간 중심 경제로 정책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과 시장, 기업이 마음껏 창의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법인세 등 주요 세법도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신용평가사들도 그동안 우리 경제의 강점으로 평가했던 재정건전성을 이제 경계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며 "포퓰리즘적 재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재정은 국가 운영의 근간이자 최후 보루라는 신념으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저성과 사업을 구조조정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노동, 공공, 서비스 등 경제·사회 부문별 구조개혁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과제다"며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연금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자의 거센 반발 등으로 구조개혁 추진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아무리 어렵고 많은 비판이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하는 것이 공직자의 소명이다"고 바라봤다.

이날 대담에는 이명박 정부 기재부 장관인 강만수, 윤증현, 박재완 전 장관과 박근혜 정부 기재부 장관인 현오석, 유일호 전 장관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홍남기 전 부총리 등은 불참했다. 뇌물죄로 복역하다 3월 가석방된 박근혜 정부 최경환 전 부총리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임 기재부 장관들은 활발한 기업활동을 위한 정책 공조에 의견을 같이했다.

강만수 전 장관은 법인세를 낮출수록 세수가 오히려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통계를 보면 실제로 세율을 내릴수록 세입이 늘었다"며 "사실상 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증세 정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수준이 투자지 결정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경쟁국 수준과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은 저성장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외동포에 이중국적 등을 부여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 등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감세 등을 과감하게 추진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한편 노동계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불법파업을 중단하는 등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재완 전 장관은 연금개혁을 놓고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크게 악화된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재정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등이 재정준칙을 완화할 수 없도록 금융통화위원회에 버금가는 수준의 독립성을 갖춘 ‘국가재정위원회’를 신설하자고도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대다수 선진국은 코로나19가 진정된 뒤 재정이 정상궤도로 복귀할 전망인데 한국은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속도도 가파르다"며 "복지지출, 지방 이전 등 의무지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상황이라 과감한 구조개혁 없이는 부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새 정부 경제정책에 반영돼야하는 5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공급 확대 등 과감한 부동산 대책 △정부의 ‘퍼주기’ 지출 폐지 등 재정 여력 회복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노동개혁 추진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규제개혁 추진 △사회보험의 장기적 재정안정 방안 강구 등이 포함됐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개혁의 성공조건으로 △정책의 일관성 유지 △말없는 다수의 장기적 편익 우선시 △경제팀의 역할 분담과 명확한 책임소재 규정 등을 제시했다.

또 향후 국제 경제 질서의 특징으로 △글로벌리즘의 퇴조 △미·중 사이 경제·기술 경쟁 심화 △경제적 다자주의보다는 가치공유에 따른 새로운 경제동맹의 모색 등을 꼽았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