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해외건설 강자로 평가받는 삼성그룹 건설계열사들의 상반기 성적표가 갈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러시아에서 대형 화공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일찍이 해외 수주실적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을 주도했던 기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삼성 건설계열사 해외수주 엇갈려, 삼성엔지니어링 웃고 삼성물산 주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6일 해외건설협회의 수주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건설시장에서 모두 16억8608만 달러(약 2조1109억 원)를 수주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입찰 결과를 기다리는 사업들도 많아 하반기 수주물량 전망은 더욱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베트남 PDH/PP(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 태국 PVC(폴리염화비닐) 프로젝트부터 아랍에미리트 보로지4 등 중동 대형 석유화학단지 사업 수주 소식이 기대된다.

기본설계(FEED)와 설계조달시공(EPC)을 연계하는 수주전략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본설계를 맡았던 말레이시아 Shell OGP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TPPI 올레핀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등의 본사업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Shell OGP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동부 사라왁주 빈툴루지역에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가 8918억 원 규모다.

인도네시아 TPPI 올레핀 석유화학단지 사업도 올해 설계조달시공사업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의 자회사가 발주했고 공사규모가 4조8천억 원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이 사업의 기본설계 용역을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화공플랜트시장 전망도 밝다.

현재 해외건설시장은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LNG 발전소 등 화공플랜트부문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발전원을 LNG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공급 측면에서 유럽이라는 신규 수요가 발생한 만큼 2025년까지 기본설계(FEED) 이상 진행된 프로젝트는 물론 계획단계 사업들의 진행이 빨라지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유럽은 아니지만 미국 텍사스 LNG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예산 산출 업무 등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증권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다시 해외수주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60% 후반대를 넘어서는 기업으로 2020년에도 해외건설 누계 수주실적 1위를 보였다. 하지만 2021년에는 삼성물산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아야 했다.

지난해 해외수주 1위 삼성물산은 올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상황이 역전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해외 전문가 오세철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선봉으로 해외사업에서만 수주실적 7조6천억 원가량을 올리면서 5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액 1위를 꿰찼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가 발주한 LNG 수출기지 건설공사와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공사가 발주한 제3터미널 건설 프로젝트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2021년 상반기에 이미 해외 수주실적이 4조3천억 원 수준을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상반기 2조7천억 원가량을 수주했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수주금액이 11억665만 달러(약 1조3855억 원)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성과를 올린 롯데건설(14억2104만 달러)에도 밀려 업계 순위로는 3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엔지니어링과 해외수주 실적 격차가 8천억 원가량으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하반기 기대 수주물량 상황을 볼 때 올해 해외수주 1위 자리 수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올해가 반년이나 남은 만큼 순위가 뒤바뀔 여지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물산은 실제 2021년 12월에도 아랍에미리트에서 민간합작투자개발 방식으로 발주한 아부다비 초고압직류송전만 구축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 계약을 따내면서 단숨에 수주실적 2조7천억 원을 추가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서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 등 수소플랜트 영역, 소형모듈원전분야에서도 속도를 내면서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건설부문이 아랍에미리트 기업과 그린암모니아 생산 플랜트 건설사업 관련 협약을 맺었고 상사부문은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자회사와 그린수소사업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