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2022년도 3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공단이 세계적 자본시장 위기의 영향으로 올해 기금운용 수익률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투자에서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인력 확보 문제로 비중을 늘리는 게 만만치 않다.
3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연간 누적 수익률은 -2.66%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연간 누적 수익률이 1월 말 -3.82%, 2월 말 -3.57%이었던 점에 비춰 3월 들어 다소 손실률이 낮아진 셈이지만 여전히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추세를 보면 국민연금의 올해 연간 수익률은 최근 3년 동안 이어온 10% 안팎의 수익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2018년에 -0.92%로 손실을 본 뒤 2019년 11.34%, 2020년 9.58%, 2021년 10.86% 등 3년 연속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왔다.
국민연금이 올해 기금운용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각국 정부의 통화 긴축 움직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의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에 코스피는 7.39% 하락했고 미국 S&P500 지수도 5.55% 하락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요 주식시장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올해 1분기 한국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0.867%포인트 오르는 등 채권시장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설명자료에서 올해 누적 수익률을 두고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는 국내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 및 채권의 수익률 하락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른 주요 국가의 연기금들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노르웨이 연기금인 GPFG가 -4.9%, 네덜란드 연기금인 ABP가 -3.9%, 캐나다 연기금인 CPPIB가 -2.9%의 수익률을 냈다.
국내외 자본시장의 어려움으로 국민연금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대체투자의 수익률은 눈에 띈다.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수익률을 자산군별로 살펴보면 국내주식은 -5.38%, 해외주식은 -2.98%, 국내채권은 -2.87%, 해외채권은 -3.00% 등으로 주식과 채권에서는 모두 손실을 봤다. 하지만 대체투자에서는 2.36%의 수익률로 이익을 봤다.
대체투자 자산은 연말에 1회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만큼 현재 집계된 누적 수익률은 잠정치이고 앞으로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주식, 채권과 비교하면 분명히 양호한 투자수익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체투자는 자본시장의 상황이 악화됐을 때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주요 투자기관들은 모두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대체투자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국민연금 역시 대체투자 비중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2017년 말 10.75%에서 2022년 3월 말 13.7%까지 3년 넘는 기간 동안 3%포인트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체투자 비중이 2021년 말 기준으로 사학연금은 21.3%, 공무원연금은 25.8%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 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인력 문제가 꼽힌다.
국민연금은 공기업인 만큼 민간 기업들과 비교하면 처우에 한계가 있는 데다 본사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뒤부터 기존 인력의 유출에 더해 신규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투자업계에서 대체투자 인력이 귀해지면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부문에서 팀장, 실장급 인사의 민간기업 이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 국부펀드, 연기금 등 분석기관인 미국의 ‘글로벌SWF’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연금을 “주식, 채권 외 자산의 비중이 12%에 불과한 보수적 투자자”라며 “본사가 서울에서 193km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면서 100명 이상의 투자인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