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가 대만 푸본금융그룹의 경영 합류로 상장 시기를 충분히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데이터 신사업을 새 수익원으로 키워내는 등 미래 사업 토대를 닦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오늘Who] 현대카드 상장 부담 벗어나, 정태영 데이터 신사업에 집중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20일 현대카드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푸본금융그룹으로 주주변경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정 부회장도 상장 추진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카드업황 악화에도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상장을 하려면 짧은 시간 안에 몸값을 높여야 했는데 카드업황이 계속 나빠져 정 부회장의 부담도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참여하는 푸본금융그룹은 정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단기 성장보다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에 목적을 두고 있던 재무적 투자자(FI)였던 것과 달리 푸본금융그룹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접근했다. 앞으로 현대카드 경영에도 참여한다. 

푸본금융그룹은 정 부회장과 인연도 깊다. 정 부회장은 경영난을 겪었던 현대라이프생명(현재 푸본현대생명)에 푸본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푸본생명을 최대주주로 영입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본금융그룹은 현대라이프생명 인수로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푸본금융그룹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24% 가운데 약 20%를 매입했다. 나머지는 현대커머셜이 사들였다. 

현재 현대카드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36.96%, 기아가 11.48%, 현대커머셜이 28.5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카드업 자체의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현대카드를 단순한 카드회사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금융 테크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기술역량을 키워 기존 카드사업을 고도화하고 데이터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제휴사와 데이터 동맹체인 ‘도메인 갤럭시’를 구축하고 마케팅과 상품 개발, 사업전략 등 여러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다만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은 태동기에 있기 때문에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미래 데이터 사업을 놓고 카드사들 사이에서 펼쳐질 치열한 경쟁에서 현대카드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 자산’을 통해 ‘내 신용 점수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판매와 관련된 부수 업무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기도 했다.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데이터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금까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에 투자한 돈만 4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곳 카드사는 지난해 개발비로 모두 3708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현대카드가 차지하는 금액은 662억 원으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카드는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금융테크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며 "올해 키워드도 양적 성장과 질적 이동으로 정하고 분기별로 프로젝트 진도를 확인하는 빠른 리듬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