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쌍용자동차가 재매각 공개입찰에서 가격이 얼마나 높아질지에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줄이면서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다 재매각의 리스크로 꼽히던 에디슨모터스와 법적 분쟁도 일부 해소하면서 공개입찰에서 가격이 1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19일 쌍용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쌍용차 재매각이 기대를 넘는 수준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나온다.
쌍용차는 우선 인수예정자인 KG컨소시엄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이르면 다음주 공개입찰을 진행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공개입찰을 거치면 쌍용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KG컨소시엄이 9천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공개입찰 과정에서 쌍용차 인수대금이 1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 11월 첫 매각절차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제시한 3048억 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올해 재매각을 추진할 때 시장에서 예상했던 인수대금 4천억~6천억 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격 상승 배경으로 우선 스토킹호스 매각 방식이 꼽힌다. 스토킹호스는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진행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을 최종 인수자로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개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결국 KG컨소시엄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KG컨소시엄이 인수예정자로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인수금액을 대폭 높여 KG컨소시엄의 인수의지를 꺽지 못하면 공개입찰을 통해 쌍용차를 품에 넣기가 힘들다.
과거 이스타항공의 스토킹호스 방식 매각 과정에서도 쌍방울컨소시엄이 공개입찰에서 가장 높은 1천억 원가량을 써냈지만 인수예정자였던 성정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이 가격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쌍방울그룹은 인수예정자 선정 경쟁에선 KG그룹에 밀렸지만 여전히 강한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공개입찰에서 인수금액을 더 높게 써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쌍방울그룹은 13일 “공개입찰에 참여해 포기 없이 끝까지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쌍용차 재매각과 관련한 악재도 하나 둘 씩 해소되면서 흥행에 도움이 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309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영업손실을 60% 가까이 줄였다. 매출도 1년 전보다 33.3% 증가한 7140억 원을 거둬 4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쌍용차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토레스 티저 이미지. <쌍용자동차>
더구나 올해 7월 출시를 앞둔 토레스를 앞세운다면 더욱 빠르게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토레스는 쌍용차의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무쏘를 계승한 모델로 출시 이전부터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쌍용차 상장폐지 우려도 해소됐다. 한국거래소가 쌍용차에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개선기간을 추가로 부여해서다.
한국거래소는 1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쌍용차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 결과 12월31일까지 개선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재매각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기각돼 재매각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법원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쌍용차 관리인을 상대로 낸 매각절차 진행금지 및 계약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물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안 배제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 등 여러 소송을 제기한 만큼 쌍용차로서는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털지는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법원이 쌍용차 재매각에 영향을 줄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방울그룹 등 쌍용차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면 공개입찰 과정에서 쌍용차 몸값이 더욱 올라길 수 있다”며 “다만 가격이 너무 올라가게 되면 최종 인수자가 인수 뒤 재무적 어려움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