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수출 중심인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조선3사가 우호적 경영환경에 놓일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3사는 환율상승이라는 긍정적 흐름으로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수주 확대까지 적극 활용한다면 영업흑자 전환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 (위쪽부터)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로고.
11일 기업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평균환율이 1200원 대를 유지하게 되면 조선업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조선업은 주로 달러화로 계약이 이뤄져 환율 상승은 원화표시 매출 증가와 수익성 확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선박을 생산할 때 필요한 인력이나 기자재는 주로 국내에서 조달하며 원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수익이 늘어날 여지가 더욱 커지게 된다.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나가는 돈은 그대로인데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조선업계 말을 들어보면 통상적으로 선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6단계로 나뉘어지며 대금수령도 이에 맞춰 5~6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박 건조 과정은 일반적으로 24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처음 6~12개월은 계약과 생산설계, 가공 단계를 밟는다. 다음 3~5개월 동안은 절단된 강재와 부재들을 용접해 블록으로 제작하는 조립과정을 거친다.
그 뒤 3~4개월은 블록을 조립한 뒤 선박에 들어가는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과 선체 외판을 도장(페인트 작업)하는 일을 한다. 마지막 3개월 동안 시운전을 하고 인도작업을 거치면 선박 건조과정은 마무리된다.
아무래도 원달러 환율 상승기에 수주에 고삐를 죄고 선박 건조에 속도를 올리면 원화표시 매출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4월까지 102억7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74억4000만 달러의 58.9%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46억1000만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89억 달러의 51.8%를 달성했다. 조선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가장 뒤쳐졌다. 같은 기간 22억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 88억 달러의 25%를 달성했다.
조선3사는 수주 확대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조선3사 수주과정에서 가격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조선산업은 수출금액에서 수입금액을 뺀 순수출비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높다"며 "환율 상승으로 수주시 가격경쟁력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국의 통화긴축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환율은 1144원이었으나 2022년 1분기 평균치는 5.3% 오른 1205원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확산세 및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여파로 환율이 급등한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이 시작된 2016년 1분기 1201원과 유사한 수치다.
지난해 모두 영업손실을 본 조선3사는 수주를 늘려 영업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023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을 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7조6400억 원, 영업이익 120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올해 매출 7조900억 원, 영업손실 2291억 원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매출 5조9700억 원, 영업손실 823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3사가 원달러환율 상승기를 잘 활용해 수주 확대에 고삐를 죄면 흑자전환 시기를 좀 더 앞당기거나 흑자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선박 생산에 필요한 후판가격이 오르는 점은 흑자전환 시점을 늦출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또 조선업계에서는 건조단계 뒤로 갈수록 수령하는 대금 액수가 늘어나는 해비테일(Heavy Tail)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글로벌경제의 환경 변화로 급격한 환율변동이 일어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조선3사로서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상승을 지렛대로 삼아 실적을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셈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수주하면서 받는 금액과 2020년 수주해 인도에 들어가는 금액들이 합쳐져서 올해 매출을 구성하게 된다”며 “환율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이익이 커지는 만큼 수주와 인도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