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계 인수합병이 올해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인수합병시장에 여러 매물이 나오면서 물류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오히려 찬바람만 불고 있다.
택배시장이 대규모 자금력과 시장 장악력을 갖춘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로젠택배 매각도 안갯속
1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매각 본입찰이 5월 말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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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호 로젠택배 사장. |
로젠택배 매각 본입찰은 당초 5월 초로 예정됐지만 인수후보들이 실사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 인수후보들이 실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인수의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젠택배 매각주간사인 JP모간은 3월 예비입찰에 참가한 인수후보 5곳 가운데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과 UPS 등 전략적투자자(SI) 2곳과 재무적투자자(FI)인 국내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합쳐 모두 3곳을 입찰적격자로 선정했다.
당시 로젠택배 예비입찰에 국내 물류기업이나 유통회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잠재적 후보로 거명된 CJ대한통운과 현대백화점은 물론 쿠팡이나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기업도 모두 불참했다.
로젠택배는 개별사업자인 택배기사들과 화주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소비자 간 거래(C2C)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을 상대하는 대신 단가가 높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기존 물류회사가 로젠택배를 인수할 경우 대리점 중심의 영업을 직영 형태로 바꿔야 하는 등 통합 비용에 비해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또 로젠택배가 다른 택배사와 달리 안정적인 네트워크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 택배시장은 대형회사 위주로 재편
국내 택배시장이 대형 물류회사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매물들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41.2%로 압도적 1위다. 한진택배가 12.7%, 현대로지스틱스가 12.5%로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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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최근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택배사업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택배시장이 장기적으로 대형회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앞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운임도 하락해 택배사업의 성장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택배시장에 진출하기에 위험이 따른다”며 “결국 대형 물류회사나 유통회사가 인수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매각가격을 많이 낮추지 않는 한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물류업계 인수전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대로 끝났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불발됐고 대우로지스틱스 매각도 연기됐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2달 넘게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가격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매각에 실패했다.
대우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인 블루오션사모펀드(PEF)도 지난해 매각 본입찰 일정을 올해로 미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