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샘이 '시공경쟁력 향상'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로 중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했지만 증권가 반응은 냉랭하다.
단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한샘의 청사진을 덮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이 최근 중장기 경영전략을 밝힌 것은 지난해 7월 회사가 매각된 뒤 하락하고 있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여겨진다.
한샘은 15일 기업설명회을 열고 리빙테크기업으로 도약해 2026년에는 연매출 4조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샘은 이 목표를 위해 시공품질 향상을 앞세웠다.
한샘은 ‘시공표준화’와 ‘시공법혁신’을 통해 현재 40% 수준의 직시공 비중을 2023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시공기간은 현재 10일에서 2024년 5일까지 단축시키기로 했다.
빠르고 균일하게 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시공품질을 높이고 나아가 시공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한샘아카데미를 열면서 올해까지 직시공 인력을 1만 명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시공품질 향상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한샘은 디지털 전환도 강조했다.
한샘은 유통뿐 아니라 설계·물류·시공의 모든 과정에 IT기술을 접목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리모델링 관련 정보를 쉽게 탐색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인테리어플랫폼 '오늘의집'이 급성장하는 등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이 전통적 가구인테리어기업의 설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샘의 중장기 경영전략 발표 이후 나온 여러 증권사들의 의견을 보면 한샘의 기업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샘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8천 원에서 10만 원으로 내렸다. 현대차증권은 14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대신증권은 15만 원에서 10만7천 원으로, 유안타증권은 14만8천 원에서 11만2천 원으로 일제히 한샘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한샘이 그려두고 있는 청사진보다 중요한 현재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사들의 주된 의견이다.
한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448억 원, 영업이익 17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32.4% 줄어드는 것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직접판매(B2C) 매출의 선행지표인 아파트 거래량이 12만7529세대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올해 1분기 소비자직접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할 것이며 이러한 매출 부진은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주요 원재료 가격의 상승도 한샘의 수익성 악화를 거들고 있다.
한샘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주요 원재료 가격은 2020년과 비교해 파티클보드(PB) 가격이 약 36%, 중밀도섬유판(MDF)의 가격이 약 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샘은 올해 3월과 4월에 각각 리하우스(리모델링)와 가구 제품의 가격을 4%씩 인상하며 원가 상승 부담을 낮추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원재료 상승분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한샘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는 외부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통망 감소는 한샘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리모델링사업 리하우스의 대리점은 지난해 말보다 60개가 줄어든 640개로 매출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파악했다.
올해 1분기에 부엌과 욕실 리모델링을 담당하는 키친앤바스(KB) 대리점 50곳이 제휴점으로 전환한 것도 판매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영업사원 인건비와 판매촉진비의 문제로 제휴점의 영업이익률은 대리점보다 5%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 보면 주택거래량이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따라 한샘의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냈었는데 이 공약의 실현 여부가 한샘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샘 주가는 8만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매각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가는 10만~12만 원을 오갔지만 매각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초에는 7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한샘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진을 새로 구성했다.
김진태 대표집행임원을 비롯한 8명의 경영진을 구성하면서 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CDTO), 최고고객경험책임자(CCXO) 등의 자리도 만들었다. 디지털 전환과 고객경험 혁신의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김 대표는 브랜드와 마케팅 전문가이며 박성훈 최고재무책임자는 소비자 유통구조 및 재무관리 전문가다”며 “시장점유율 확대와 비용절감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