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을 두고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빠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에 이어 큰 언니인 구미현씨도 아워홈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아워홈 지분 50% 이상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기 때문이다.
 
아워홈 '남매의 난' 새 국면, 구지은 앞길 가장 큰 난관은 가족인가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구지은 부회장은 지분의 향방에 따라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14일 “구지은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놓고) 아직 별도로 밝힌 입장이 없다”며 “구미현씨의 지분 매각 의사결정은 개인적 사안으로 회사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아워홈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자문회사로 지정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13일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 38.56%뿐 아니라 구미현씨의 지분 20.06%도 함께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아워홈 지분의 절반이 넘는 58.62%다. 아워홈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이 한꺼번에 매각된다는 뜻이다.

4남매 가운데 둘째인 구미현씨는 앞서 구지은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데 찬성표를 던지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에 일조했다. 이후 구미현씨는 구지은 부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보유지분을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구지은 부회장으로서는 큰 언니의 갑작스런 결정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20.67%를 들고 있다. 구 부회장의 둘째 언니인 구명진씨는 아워홈 지분 19.6%를 보유하고 있다. 둘의 지분을 합하면 40% 수준에 머문다.

오빠와 언니의 보유지분이 어디로 향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아워홈에 적대적인 쪽에 매각된다면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자칫 힘들어질 수 있다.

구미현씨가 갑작스럽게 지분을 내놓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워홈의 '무배당'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바라본다.

3월23일 아워홈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아워홈의 주주 무배당을 결정했다. 주주 무배당이라고는 하지만 구 부회장 남매들이 98%에 가까운 아워홈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오너 일가가 배당소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때와 대비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재직하던 2020년 말에는 아워홈 오너 일가가 배당금으로 456억 원을 받아갔다. 아워홈이 2020년 코로나19 탓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17억 원의 영업손실과 39억 원의 순손실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는 배당소득을 챙겼다.

아워홈이 지난해 무배당을 결정한 데는 구지은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아워홈에 따르면 구지은 부회장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자금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언니와 오빠를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구미현씨가 결국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말이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다만 라데팡스파트너스의 계획을 보면 구미현씨가 완전히 구지은 부회장에게서 돌아섰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데팡스파트너스측은 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조건 아래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가 구 부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면 구지은 부회장은 계속 아워홈을 이끌 수 있다.

다만 아워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영권 보장 등의 조건과 관련해 회사를 통한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주식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 지분을 동반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구미현씨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가 각각 들고 있는 아워홈 지분의 적절한 매수자를 찾아 7월 안으로 최종낙찰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은 부회장은 2021년 6월 아워홈 대표이사에 오른 뒤 글로벌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미래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구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를 매출 2조 원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1등 아워홈으로 올라서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는 글로벌 단체급식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식품사업의 수출 역량 강화에 집중해 본격적 글로벌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408억 원, 영업이익 257억 원을 거뒀다.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봤던 2020년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훌쩍 뛰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