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품질 중심의 초신선 그로서리 서비스로 기존 열세였던 마트 온라인사업을 반전시켜보겠다.”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는 롯데온의 2022년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런 각오를 다졌다.
▲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 |
나 대표가 이 각오를 향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꺼내들었다.
나 대표는 출혈경쟁이 지속되는 새벽배송을 포기하는 대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점포를 활용한 1~2시간 이내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에 집중한다.
12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이 17일을 마지막으로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파격적 행보로 여겨진다.
그동안 새벽배송 서비스는 이커머스기업이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반드시 확대해야 하는 서비스로 받아들여졌다.
마켓컬리가 2015년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새벽배송을 처음 시작하면서 시장을 열었고 쿠팡과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이 뛰어들면서 계속 판이 커졌다. 최근에도 GS리테일의 GS프레시몰과 지마켓글로벌(G마켓, 옥션) 등이 새벽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가 이 시장에 진출한 시기도 2020년 5월이다.
롯데마트는 2020년 5월 김포 온라인전용센터를 활용해 이커머스시장에서 차별화한 배송으로 자리잡은 새벽배송을 도입하겠다며 앞으로 서비스 가능 지역을 넓혀가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나영호 대표는 이런 계획을 과감히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온이 새벽배송으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의 2021년 총거래액은 3조3994억 원이다. 2020년보다 18.1% 늘어난 것이지만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평균 거래액 증가율인 21%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적도 좋지 않았다.
롯데온은 2021년에 매출 1080억 원, 영업손실 1560억 원을 냈다. 매출은 21.5% 후퇴했고 영업손실은 610억 원이나 늘었다.
이런 수치들은 남들이 다 하는 서비스로는 승부를 보기 쉽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어졌을 공산이 크다. 나 대표가 새벽배송 철수라는 결단을 발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나 대표는 바로배송 서비스로 롯데온 사업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
바로배송은 전국 각 거점지역에 마련된 롯데마트나 롯데슈퍼와 같은 곳에서 주문을 받으면 바로 배송준비에 들어가 상품을 고객의 집 앞까지 1~2시간 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 수요가 주로 신선식품 분야에 많이 쏠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나 대표는 롯데온의 경쟁력을 신선식품에서 찾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롯데온에게 바로배송 서비스는 새벽배송보다 역사가 깊다.
바로배송 서비스는 롯데온이 출범하기 이전에 시작됐다. 롯데마트는 2020년 2월에 바로배송 서비스 도입을 공식화한 뒤 한 달 뒤부터 서울 중계점과 경기 광교점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롯데온 관계자에 따르면 새벽배송과 바로배송을 모두 실시한 결과 새벽배송 주문건수보다 바로배송 주문건수가 많았을 정도로 바로배송의 반응은 좋다.
롯데온 관계자는 “바로배송의 주문량과 주문금액 등 구체적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새벽배송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 바로배송에 힘을 싣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바로배송 서비스 확대가 롯데온의 차별화 지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이 롯데마트, 롯데슈퍼와 협업해 바로배송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려는 것이 근거다.
롯데마트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바로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은 전국에 30곳 정도가 있다. 롯데슈퍼도 서울과 경기, 인천, 충청, 전라, 강원, 경상권 등에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바로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우선 이 거점 매장 수를 올해 안에 5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바로배송 거점 확대에 따라 1분기에 바로배송 건수가 30%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 계획의 추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바로배송 서비스 확대는 아직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지출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신선식품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겠다는 뜻과도 같다.
지난해 온라인 식품시장의 성장률은 27%를 보였다. 전체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 21%를 상회하는 수치다.
쿠팡과 오아시스마켓, 마켓컬리 등과 같은 업체들은 온라인 식품사업에서 50~1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나 대표가 롯데온 바로배송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성장세를 확보한다면 아직 미미한 이커머스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나 대표는 바로배송 서비스와 별개로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선식품 전문 배송 브랜드 ‘이도씨’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이도씨라는 이름은 식품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일반 냉장 보관 온도인 2℃에서 따왔다. 롯데쇼핑은 2월에 이도씨의 특허를 출원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이도씨 운영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