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폐방화복으로 암투병 소방관 돕는 119레오 대표 이승우

▲ 아라미드 소재로 만든 메신저백을 들고 있는 이승우 119레오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소방관처럼 지키고 헌신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싶다.”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는 30일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119레오 사무실을 찾아가 이 대표로부터 소방관과 기부, 사회적기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이름이 특별했다. 119레오(REO)는 ‘서로가 서로를 지킨다(Rescue Each Other)’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소방관들이 입던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가방 등의 패션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디자인이나 가치를 더해 재탄생시키는 것으로 단순한 리사이클링(재활용)과 구분된다.

사회적 기업 119레오의 미션은 더 특별했다. 이 대표는 영업이익의 절반을 암투병 소방관 등 소방관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한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기부금액은 더 늘렸다. 2018년 법인설립 이후 지금까지 누적 기부금액은 9천만 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기부는 소비자와 약속이다”며 “기업의 성장 등 여러 이유로 기부를 뒤로 미룬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기부를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 건축학과 재학 시절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해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방관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고 김범석 소방관의 사연이 119레오를 설립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김 소방관은 8년 동안 1천 회가 넘는 출동을 통해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생명을 구하다가 혈관 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소방관은 평소 병력도 없고 체력도 뛰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공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아 치료비와 유족보상금 등을 지원받지 못했다. 화재를 진압하다가 병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치료비 등을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김 소방관의 사연을 들은 뒤 이 대표는 폐방화복을 수거해 패션제품을 제작·판매한 뒤 얻은 수익을 암 투병 소방관들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비를 털어 소방관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기 위한 전시회도 열었다.

방화복에 사용되는 아라미드 섬유는 방수·방염 기능이 있어 튼튼하고 가벼운 소재다. 하지만 방화복은 사용되거나 3년의 내구연한이 지나면 버려져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는 “소방관을 지켜주는 방화복을 통해 소방관을 돕겠다는 의미로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하는 사업을 구상했다”며 “기부금을 전달하고 감사와 고마움의 인사를 들으면서 누군가는 소방관들을 위한 일들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 진행에 자신감을 얻어 2018년 레오119를 설립했다. 기부를 위해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했다.

사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수거된 폐방화복을 원단으로 만들기 위한 세탁·분해 작업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지역자활센터와 협업으로 이를 해결했다.

이 대표는 “지역자활센터는 단순한 작업이 많은 업무 특성상 이미 세탁설비나 임가공설비를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며 “협업을 통해 자활센터 작업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119레오는 고정비, 물류비 등을 줄이면서 폐방화복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19레오는 현재 서울과 인천 지역의 지역자활센터와 협업하고 있는데 다른 권역으로 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폐방화복을 재활용하는 119레오로서는 반가운 변화다. 

이 대표는 “20~30대 고객층이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40~50대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며 “가치소비에 공감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매출은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9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뒀다.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제품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119레오는 폐방화복을 활용해 가방과 파우치, 팔찌, 카드지갑 등 액세서리 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코몽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뷰] 폐방화복으로 암투병 소방관 돕는 119레오 대표 이승우

▲ 이승우 119레오 대표가 30일 서울 종로구 119레오 사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대표는 “폐방화복의 아라미드 소재는 튼튼하고 가볍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119레오는 강점을 지닌 가방과 액세서리 디자인에 더욱 집중하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등산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KITA)에 따르면 세계 업사이클링 시장규모는 2014년 1억5천만 달러(약 1800억 원)에서 2020년 1억7천만 달러(약 2천억 원)로 1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도 25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60%나 증가했다.

이 대표는 레오119의 해외진출도 꿈꾸고 있다.

특히 미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은 소방관을 안전의 총책임자로 인식해 처우와 예우가 높다.

이 대표는 “미국은 국내보다 약 10배 많은 방화복이 버려지고 있는 데다 소방관이라는 브랜드가 강력한 시장이기 때문에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소방관처럼 지키고 헌신하며 용기내는 사람들의 가치를 대표하는 글로벌 친환경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