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넷플릭스 디즈니와 다른 길, CEO 팀 쿡 오스카상 콘텐츠 노려

▲ 애플TV+ 자체 제작 콘텐츠 라인업.

애플이 2019년 선보인 자체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애플TV+’는 한동안 가입자 및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팀 쿡 CEO의 '값비싼 취미'로 남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디즈니 등 막강한 경쟁사들이 난립한 시장에서 애플TV+가 초반에는 애플 기기 사용자에만 제공되던 태생적 한계를 안았고 뚜렷한 장점도 내세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쿡 CEO는 애플TV+의 미래에 강한 자신을 보이며 기존 스트리밍서비스에서 쉽게 시도하지 않은 작품성 중심의 자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애플TV+ 자체 제작 콘텐츠는 전 세계 드라마 및 영화 시상식에서 여러 상을 받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작도 나오는 등 품질을 인정받으며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애플TV+와 디즈니+, HBO맥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후발주자의 진입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권을 줬다”며 “하지만 이들 사이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기관 저스트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시장에서 애플TV+가 차지한 가입자 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5% 수준에 그쳤다.

HBO맥스 점유율은 12%, 훌루와 디즈니+는 각각 13%, 아마존은 19%, 넷플릭스는 25% 점유율을 기록한 데 비춰보면 경쟁사보다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그러나 저스트워치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기존 강자들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반면 애플TV+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2%포인트, 4분기에만 1%포인트 상승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저스트워치는 “애플이 애플TV+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 가입자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주요 경쟁사에는 밀리고 있지만 최근 시장에 출시된 이후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2019년 선보인 애플TV+는 미국 기준 월 4.99달러의 저렴한 요금에도 생태계가 폐쇄적이고 자체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근본적 약점 때문에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지 못했다.

팀 쿡 CEO는 애플TV+의 자체 동영상콘텐츠 제작과 외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초반에 선보인 자체 콘텐츠 제작에만 60억 달러(약 7조2천억 원)을 쏟아부었다.

투자 성과를 두고 시장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팀 쿡 CEO가 직접 애플 콘퍼런스콜에서 애플TV+를 두고 “금전적 요소만 고려해 사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애플TV+가 사업적으로 의미 없는 취미에 불과하다는 시각에도 “애플은 성장 잠재력이나 의미가 없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며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애플이 애플TV+로 보는 금전적 손실과 가입자 유입 부진을 고려하면 사업은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하지만 팀 쿡 CEO는 애플이 넷플릭스나 디즈니, 아마존 등 경쟁사처럼 단기간에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작품에 집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플TV+ 넷플릭스 디즈니와 다른 길, CEO 팀 쿡 오스카상 콘텐츠 노려

▲ 팀 쿡 애플 CEO.

이런 전략은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애플TV+ 자체 제작 콘텐츠들이 2년 만에 전 세계 890개 시상식 후보에 포함되고 200개 넘는 상을 수상했다고 밝히면서 뚜렷해졌다.

넷플릭스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시상식에서 받은 상이 267개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애플TV+의 콘텐츠가 작품성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애플TV+ 자체 제작 영화 ‘코다’는 올해 세계 최대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후보로 올라 기존 수상작인 '기생충'과 '노매드랜드'를 이을 유력한 수상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애플이 흥행보다 작품성을 중심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성과의 결실이 오스카상 수상 기회로 나타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팀 쿡 CEO는 애플TV+가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앱스토어 등 애플 제품 및 서비스 생태계의 연장선 역할로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생태계 안에 남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유행을 타며 소비되는 콘텐츠보다 애플 생태계 이용자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차별화된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애플TV+가 한국에 진출한 뒤 선보인 자체 제작 드라마 ‘닥터브레인’ 등 콘텐츠도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작품성 측면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신규 경쟁업체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자체 제작 콘텐츠 투자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스트리밍시장에서 애플이 애플TV+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 애플TV+ 유료 사용자 수는 2천만 명 안팎, 애플이 거둬들이는 연매출은 1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자체 제작 콘텐츠 5편 정도에 투자하는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팀 쿡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애플TV+는 이미 전 세계 팬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증명했다”며 “훌륭한 콘텐츠로 우리의 전략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