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영 아파트멘터리 공동 대표이사. <아파트멘터리> |
‘역발상’
아파트멘터리는 모두가 코로나19 영향에 살아남기 위해 플랫폼, 온라인사업에 주력할 때 오히려 오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가지고 지난해 롯데백화점 경기 동탄점에 스톨리(STOLY)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을 입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도 지난해 8~11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아파트멘터리는 2016년에 창업된 아파트 인테리어·리모델링 전문 스타트업이다.
인테리어 시공은 집주인과 업체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에 인테리어 업체가 5만 곳이 넘게 있지만 자재와 시공방법 등이 워낙 다양해 표준이 없는 탓이다.
아파트멘터리는 이 점을 파고들어 표준 견적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비자들이 인테리어의 품질과 가격, 관리 상태 등을 살펴 아파트 평형별 시공금액을 사전에 추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테리어 예산을 합리적으로 짤 수 있도록 해주는 셈이다.
아파트멘터리는 표준화한 가격정찰제를 통해 고객에게 인테리어 예산을 제시하고 직접 계약을 체결해 시공을 한다. 인테리이어와 어울리는 소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오프라인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가파른 실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뒤 지난해 매출 200억 원가량을 달성해 성장률 100%를 자랑했다. 지난해 11월에만 한 달 매출 30억을 넘겼다.
이런 성장세에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9년 삼성벤처투자와 KTB네트워크, KB인베스트먼트, 일룸 등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추가 투자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아파트멘터리 본사에서 김준영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준영 공동 대표이사는 1985년에 태어나 미국 펜슬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경영학을 전공했다. 홍콩 및 서울 소재 투자은행과 사모펀드에서 근무한 뒤 2017년부터 아파트멘터리에 합류했다.
다음은 김 공동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아파트멘터리를 스타벅스에 비유했는데 그 이유는?
“스타벅스가 고객 행동 패턴을 변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기존에 단순 기호식품처럼 여겨지던 파편화된 커피 시장에 새로운 '고객경험 문화'를 만들었다. 바리스타를 통해 표준화된 커피 서비스를 제공했고 고객 입장에서 어떤 경험을 누릴지에 대해 공간 설계에 집중했다.
또한 커피 외 영역으로 확장하는 유연함까지 보이고 있다. 사이렌오더를 포함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금융(충전카드 및 기프티콘 등), 소비자들이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열광적인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 출시 등에 적극적이다.
아파트멘터리도 파편화된 리빙 시장에서 전형적인 레거시 산업으로 불리던 업계에 고객경험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가격 및 서비스 표준화, 전담 매니저를 통한 고객과의 1:1 케어 및 소통, 자체 리빙 브랜드 출시를 통해 사업을 유연하게 확장해 왔다.”
-
아파트멘터리가 역발상으로 관행을 깨고 있다는 점이 스타벅스와 유사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주문과정을 표준화하고 고객 경험을 설계했다. 고객들이 바리스타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하고 원두 향을 느낄 수 있도록 고객경험을 살렸다.
이를 통해 긴 시간동안 변화가 없었던 커피시장에서 고객들의 행동패턴을 바꿔냈다.
아파트멘터리도 30~40년 동안 이뤄졌던 인테리어시장의 관행들을 깨고 있다. 업계에서 금기시했던 아파트·평형별 시공금액을 공개하고 견적 계산기를 만들어 고객들이 예산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가 끝난 뒤에는 적절한 소품들을 함께 준비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테리어가 끝난 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나 소품을 배치하면 만족도가 떨어졌다.
인테리어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소품까지 파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멘터리는 인테리어에 맞춘 소품들도 판매하며 인테리어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다. 소품은 직접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호텔에서 쓰는 고급 타월을 배치해 집에서도 잠시 호텔에 있는 기분을 낼 수 있도록 고객경험을 살리는 것이다.
단순히 아파트 인테리어 서비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철학을 구현하고 싶다”
-
당일계약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당일계약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존 인테리어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돼 있었다. 견적을 내는데 실측작업 등을 포함해 1~2주 정도가 걸렸던 것이 관행이다. 고객들은 견적이 나왔을 때 예산을 초과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실측 과정이나 널뛰는 견적 등을 감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파트멘터리는 가격정찰제를 통해 당일계약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시공 데이터를 분석해 빠르게 고객 맞춤으로 견적을 제시하고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우리는 고객에게 표준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아파트멘터리가 말하는 표준은 똑같은 디자인에 같은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테리어에 있어 서비스와 의사결정의 순서를 표준화하면서 철저한 개인화를 하겠다는 뜻이다. 똑같은 색으로 도배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
코로나19 영향에 오프라인 진출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애초 온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오프라인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발견한 뒤 도리어 오프라인에 집중했다.
아파트멘터리는 지난해 신세계 백화점에서 3개월 동안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인테리어 수요자들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분석했다.
직접 고객들을 만나다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고 직접 부딪치며 얻는 점이 많았다. 유튜브나 영상을 활용해 오프라인에 가까운 느낌을 주더라도 실제 만지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온라인을 포기한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하게 배분하겠다는 뜻이다. 고객들이 실제로 인테리어 결과나 상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
오프라인 전략에 대해서 구체적 내용을 소개해 줄 수 있나?
“지역 거점 홍보관을 운영하며 고객과 접점을 넓히려 하고 있다. 2월24일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상가에 입점해 우선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확보할 것이다.
신세계 팝업 매장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허브를 두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
투자은행업계 출신으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투자은행과 사모펀드에 재직하며 기업 자문, 투자업무를 했다. 업무를 하다 보니 직접 사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테리어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규모가 크고 40~50조 여기에 성장률도 높았다. 이런 시장에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봤다. 좋은 가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도전을 하게 됐다.”
-
가파른 실적성장에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상장을 목표로 하는지, 중장기 목표는?
“상장은 스타트업으로서 당연한 목표다. 고객들이 접하고 있는 인테리어업체는 파편화된 개인브랜드업체가 대부분이다. 신뢰성을 높이고 책임을 진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상장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K-인테리어를 이끌고 싶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인테리어 문화를 습득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 오히려 이에 맞추다보니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게임과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했던 것과 비슷하다.
투자도 지속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는 없지만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