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문' '호남' 지지 절실, 이낙연 선대위 원톱 카드 통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왼쪽)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2월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저는 모든 역량과 정성을 모아 국민의 지지를 호소드린다. 그래서 3월9일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첫 일성이다.

이낙연 위원장은 친문재인 지지층 일부의 이 후보를 향한 반감을 가라앉히고 호남 지역 지지를 이끌어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9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이낙연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데는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밀리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가 지지율 40%를 좀처럼 넘기지 못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안에서 뒤처지는 결과가 많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7~8일 실시해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6.9%, 윤석열 후보는 40.1%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으로 지지율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과잉의전 논란과 더불어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편파판정으로 반중정서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이 후보와 민주당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말 이 후보와 회동 이후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최근에는 이 후보의 광주 방문과 성남 방문 일정 등에 동행하며 선거를 돕긴했으나 전면에 나섰다고 보기에 어렵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반면 총괄선대위원장은 송영길 대표가 맡고 있는 상임선대위원장보다 더 높은 자리로 사실상 선대위 원톱에 해당한다.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상대가 공동선대위원장을 형식적으로 맡은 적은 있어도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캠페인 전반을 점검하고 지휘한 적은 없던 점을 고려하면 이 위원장을 향한 민주당 내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선대위 회의 참석해 "정말로 든든하다"며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계시고 역량이 뛰어나시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잘 돌파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낙연 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친문반명'(친문재인이재명) 세력과 호남 지역을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수치가 적게는 2~3%에서 많게는 5% 정도 차이나는 데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일부가 이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의 이유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진행자가 '진단이 나와야 처방이 나오니까 하는 질문이다'며 다시 묻자 우 의원은 "다 아시면서 (왜) 물어보는 거냐"고 답했다. 

진행자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지만 우 의원은 끝내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고 에둘러 말했다. 민주당 내 친문반명 지지층을 향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4년 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 측은 문 대통령 측과 지속해서 대립했다. 이 후보도 TV토론 등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적극적으로 날을 세웠는데 이 부분이 부메랑으로 이 후보에게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와 달리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아 친문 성향 지지층들의 호감을 쌓았다.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 능력과 함께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차분하면서도 논리있는 답변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 호감도가 높은 이낙연 위원장이 반이재명 정서를 불식시키며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이 위원장은 정체 상태에 있는 이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역대 대선 민주당 계열 후보들의 득표율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역대 대선 득표율을 보면 15대 김대중 후보가 광주 97.28%·전남 94.61%, 16대 노무현 후보가 광주 95.1%·전남 93.38%, 18대 문재인 후보가 광주 91.97%·전남 89.28%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60%를 오가고 있어 다소 미치지 못한다.

반면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석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0%를 넘기는 여론조사가 여럿 나오면서 1987년 이후 윤석열 후보가 보수정당 후보로선 호남에서 최다득표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호남지역 목표 득표율을 20%에서 25%로 높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호남 출신이면서 전남에서 오랫동안 국회의원(4선)을 지냈고 전남도지사까지 역임했다. 그만큼 호남지역 정계 및 주민들로부터 지지가 두텁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최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지역에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쓰고 있다. 이낙연 위원장의 등판 역시 회심의 승부수로서 분위기를 바꾸고 대선 승리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등판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있다. 이 위원장이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총괄했지만 민주당 패배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2석, 기초단체장 2석을 모두 국민의힘에게 넘겨줬다. 재보궐선거 패배는 이 위원장이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뒤쳐진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