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가상현실기기 내놓나, 자체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먼저

▲ 삼성전자의 메타버스 콘텐츠 관련 이미지.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이 3차원 가상세계로 불리는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하다. 자체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기 출시를 준비하면서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다양한 메타버스 기술 전문기업에 투자하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엿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증강현실 안경 등 하드웨어 개발이나 출시계획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메타버스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춘 분야와 달리 생태계와 소프트웨어가 핵심으로 꼽히는 시장인 만큼 경쟁사에 대응할 독자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2일 삼성전자 공식 뉴스룸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메타버스 시장과 접점을 확대하며 사업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메타버스 기술 연합체에 참가하고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기에 특화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도 출시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에 강한 애플,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기업이 일제히 자체 증강현실 생태계 구축과 기기 출시를 예고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다소 대응이 늦다는 시선이 많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안경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용 앱스토어를 구축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 인수한 오큘러스를 통해 글로벌 가상현실기기시장에서 현재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이미 시제품 형태로 증강현실 안경을 선보였다.

미국 이외에 일본 소니, 중국 레노버, 대만 HTC 등 기업도 자체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 출시를 예고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4년 처음 선보인 ‘기어VR’ 가상현실기기를 끝으로 새로운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기기는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하며 빠르게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기관 리포트오션에 따르면 2030년 세계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기기 시장규모는 약 4535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기준 세계 스마트폰시장 규모의 약 1.2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시장 진출을 서둘러 성장 기회를 잡고 선두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당연한 수순으로 꼽힌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해 사업계획을 여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스마트론과 달리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기기 특성상 소비자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를 제품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사실상 모두 구글에 넘겨준 것과 달리 메타버스에서는 자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생태계를 통해 사업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이미 2017년부터 개발자들에게 증강현실 콘텐츠 개발도구인 ‘AR킷’을 제공하며 꾸준히 업데이트해 왔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자체 개발도구를 제공하며 개발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도 다른 IT기업과 협력을 통해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삼성전자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메타버스 관련한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 동향이 주제로 논의되었던 만큼 이른 시일에 삼성전자의 구체적 청사진이 공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고유 콘텐츠도 잇따라 선보이며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1월 열린 세계 IT전시회 ‘CES2022’ 기간에 다양한 삼성전자 제품을 선보이는 전시장을 제페토 플랫폼 안에 구축한 것과 최근 미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기반 제품 체험공간 ‘삼성837X’를 공개한 점 등이 꼽힌다.

이 같은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는 향후 가상현실기기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메타버스 관련된 기기에 적합한 부품을 잇따라 선보인 점도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체 하드웨어 개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선보인 LPDDR5X 규격 D램이 증강현실과 메타버스 등 첨단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미국에 신규 투자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도 메타버스 관련된 반도체의 미세공정 서비스 제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디스플레이 학회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 트렌드에 따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분야에 쓰일 새 디스플레이 기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기도 증강현실 안경에 쓰일 수 있는 흔들림 방지(OIS) 카메라모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체 역량에만 기대기보다 관련 소프트웨어와 생태계에 장점을 갖춘 기업을 인수합병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 등 경영진은 CES2022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장기적, 단기적 관점에서 모두 인수합병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있다며 공격적 인수합병 추진 계획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증강현실 안경 기술 전문기업 디지렌즈, 메타버스 아바타 전문기업 레드플레이어미 등에 투자했고 인도 현지기업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공동 연구개발센터도 신설했다.

메타가 2014년 20억 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를 통해 가상현실시장 1위 기업으로 급성장한 사례처럼 삼성전자도 적합한 투자처를 찾는다면 단기간에 경쟁력 향상을 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1월27일 열린 2021년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속성장을 위해 인수합병 등 외부 투자를 집행할 여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해 자금 운용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