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게임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 ‘빅 딜’의 수혜기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의 사용자 확보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콘솔 게임 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밀리는 가장 큰 이유가 인기있는 독점작 부족인데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인만큼 블리자드의 인기 지식재산(IP)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에서 SK텔레콤을 통해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G통신 서비스가 상용화 된지 만 3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5G통신 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다. 특히 5G통신을 이용할 ‘이유’에 해당하는 킬러콘텐츠의 부족이 5G통신 서비스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신서비스 2022년 전망’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5G통신 서비스 초반에 언급됐던 5G통신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여전히 대중화되지 못했다”며 “최신 단말기가 대부분 5G통신 지원 모델로 출시되는 덕분에 높아진 5G통신 보급률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킬러서비스가 부족하다는 5G통신서비스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2020년 중순 앞다퉈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전략은 각각 달랐다. KT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서비스인 ‘게임박스’를 출시했으며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LG유플러스는 글로벌 그래픽카드(GPU)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와 협력해 ‘지포스나우’를 출시했다.
하지만 2021년 10월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G통신 사용자들의 70%는 여전히 5G통신 전용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5G통신 킬러서비스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등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보유한 수많은 지식재산(IP)이 엑스박스게임패스에 추가된다면 통신사들의 5G통신 킬러서비스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으로서는 2년 전에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는다’는 선택이 빛을 볼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지식재산이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블리자드의 첫 해외지사가 한국의 블리자드코리아일 정도로 액티비전블리자드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지식재산 가운데 ‘디아블로’가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의 특성과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특히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며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스타크래프트나 스마트폰으로 조작하기 불편한 콜오브듀티보다는 디아블로가 5G통신 서비스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판매량 기준으로 2021년 한국에서 팔린 닌텐도 게임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는 5G통신 뿐 아니라 SK텔레콤의 구독형 서비스, ‘T우주’의 확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T우주는 SK텔레콤이 SK스토아, 11번가 등 관계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구독형 서비스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메타버스플랫폼 이프랜드, 도심항공교통(UAM) 등과 함께 T우주를 SK텔레콤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
SK텔레콤은 T우주의 구독형 요금제 가운데 하나인 ‘우주패스All’에 가입하면 월 1만1900원인 ‘엑스박스 게임패스 얼티밋’을 5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엑스박스 게임패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T우주 가입자 증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이 새 먹거리로 제시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이라고 강조한만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패스가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8일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까지 진행한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18일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14일보다 25.88% 급등한 82.31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