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이 올해 넉넉히 확보한 수주를 바탕으로 내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정형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두산퓨얼셀을 이끌게 되는데 수소연료전지발전량 확대를 촉진하는 정부정책도 새해부터 시행돼 첫걸음이 한층 가벼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두산퓨얼셀 내년 실적 반등 확실, 정형락 가벼운 첫걸음

▲ 정형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내년 1월 안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사(발전사)별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량을 산정해 공고한다.

이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신재생에너지발전의무화제도(RPS) 관련 후속조치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500MW(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2021년 기준 발전사 23개는 신재생에너지발전 평균 공급비율을 내년 12.5%에서 순차적으로 2026년 25%까지 높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 전 의무공급비율은 10%였다.

정형락 사장은 이번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일감확보를 노려볼 수 있어 두산퓨얼셀 실적 개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발전의무화제도에서 수소발전을 분리해 별도로 수소연료전지발전 의무공급을 부과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도 곧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수소법) 개정안에 포함돼있다.

올해 10월 두산퓨얼셀 대표로 내정된 정 사장의 첫 과제로는 두산퓨얼셀 실적 반등이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에 따른 수혜는 정 사장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두산그룹 상장사 5개(두산,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오리콤) 가운데 두산퓨얼셀은 유일하게 올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두산퓨얼셀을 제외한 두산그룹 상장사 4개는 올해 1~3분기 실적을 모두 개선했다. 두산과 두산밥캣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고 두산중공업과 오리콤은 매출 상승과 함께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두산퓨얼셀은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2502억 원, 영업이익 9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56% 감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져 온 수주 부진의 영향 탓으로 올해 전체로 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1분기 신규수주 6MW에 그치는 등 3분기까지 누적 신규수주 28MW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수주목표 142MW의 20% 수준이다.

다만 두산퓨얼셀은 최근 대규모 수주를 통해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두산퓨얼셀 사업 특성상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6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정 사장은 내년 실적 반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두산퓨얼셀은 22일 10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수주계약을 따냈다. 이를 통해 올해 신규수주를 단번에 128MW까지 끌어올리며 수주목표 달성률 90%를 기록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대규모 수주를 통해 연초 목표에 근접한 상황에서 관련 정책들도 구체화해 향후 수주 확대에 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기존 주력인 인산형 연료전지(PAFC)보다 최대 발전효율이 15%가량 높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로 확장에 나섰다.

두산퓨얼셀은 21일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금액을 지난해 10월 결정한 724억 원에서 1437억 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을 늘린 이유는 기존에 결정한 생산능력(50MW) 확대 가능성을 고려한 공장 임대에서 공장 신축으로 투자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품질관리 강화 및 생산효율 개선을 위해 자동화 설비도 확대한다.

두산퓨얼셀은 인산형 연료전지 생산능력도 현재 90MW에서 내년 275MW까지 확대하기 위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은 두산그룹 내 수소연료전지 전문가로서 두산퓨얼셀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정 사장은 2011년 두산중공업 전략기획총괄로 두산그룹에 입사한 뒤 2014년 두산의 초대 퓨얼셀BG(비즈니스그룹)장을 맡아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총괄해왔다. 2019년부터는 퓨얼셀아메리카 대표이사를 지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이 과거 수주한 프로젝트가 주로 20MW~40MW 규모인 점을 보면 22일 수주는 의미가 있다”며 “내년부터 강화하는 친환경 정책의 수혜로 본격적 신규수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분석을 종합하면 두산퓨얼셀은 내년 개별기준으로 매출 7300억 원, 영업이익 62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실적 추정치보다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190% 늘어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