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판매량 기준으로 2006~2020년 15년 연속으로 TV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시장의 최강자다.
삼성전자의 올레드TV시장 진입은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기존 올레드TV 제조사들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생산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발맞춰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생산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CSOT, BOE, 톈마 등 중국 패널 제조사들도 올레드패널시장 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X세미콘에게 패널회사들의 올레드패널 생산량 확대는 올레드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기회다. 올레드패널은 같은 면적의 LCD(액정표시장치)패널보다 디스플레이구동칩을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레드용 디스플레이구동칩은 영상 보정기능까지 갖춰야 하는 만큼 가격도 비싸다. LX세미콘이 올레드용 디스플레이구동칩을 앞세워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기기 등 중소형 패널 수요가 발생하는 IT기기시장에서도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 등으로 올레드 적용처를 넓히는 등 올레드 대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중국 패널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LX세미콘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애플은 올레드패널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BOE에서도 아이폰용 올레드패널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소량이지만 CSOT로부터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을 조달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BOE와 CSOT는 각각 애플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올레드패널에 LX세미콘의 디스플레이구동칩을 적용한다”며 “내년 LX세미콘은 올레드용 디스플레이구동칩의 출하량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이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손보익 사장은 그동안 LG디스플레이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LX세미콘의 매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손 사장의 노력이 빛을 볼 때가 다가온 셈이다.
손 사장은 2017년 3월 LX세미콘(당시 실리콘웍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2016년 말 기준)만 해도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매출의 96%를 의존했다. 이 비중은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69%까지 낮아졌다.
대신 지난해 1분기부터 LX세미콘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담당하는 고객사 1곳이 사업보고서에 추가로 등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이곳을 BOE로 추정한다.
LX세미콘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1조8838억 원, 영업이익 3845억 원을 거둬 지난해보다 매출은 62.1%, 영업이익은 308.2%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LX세미콘이 올레드 대세화의 가속화 흐름을 타고 올해와 같은 실적 체력을 앞으로도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이처럼 LX세미콘의 실적 체력이 튼튼해지면서 손 사장의 신사업 발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LX세미콘은 지난 5월 LX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할 때 신사업을 발굴해 디스플레이구동칩 중심의 반도체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고 공언했다.
손 사장은 신사업을 찾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시장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은 연구개발조직 ‘PM개발담당’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이 조직은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연구하는 조직이다. 전력관리반도체는 최근 공급부족 이슈가 부각되는 차량용 반도체의 일종이다.
LX세미콘은 마찬가지로 차량용 반도체의 일종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용 반도체도 신사업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분야에서 LX세미콘의 신사업을 찾는 과정에서 투자 결정도 내리고 있다.
LX세미콘은 최근 LG이노텍과 실리콘카바이드(SiC)반도체소자 개발설비와 특허자산을 양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수도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실리콘카바이드반도체는 현재 반도체 생산에 주로 쓰이는 실리콘웨이퍼가 아닌 실리콘카바이드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다.
실리콘카바이드웨이퍼는 실리콘웨이퍼보다 열을 견디는 성능(내열성)과 전압을 견디는 성능(내전압성)이 좋은 웨이퍼로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하는 추세 속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웨이퍼로 각광받는 차세대 웨이퍼다.
LX세미콘은 앞서 10월 LG화학이 보유한 일본 방열소재회사 FJ머티리얼즈 지분 29.98%를 68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LX세미콘 관계자는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영역에서 장기적으로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손 사장이 이처럼 LX세미콘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LX세미콘이 본업인 디스플레이구동칩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차후 신사업 투자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LX세미콘과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들은 새 반도체 설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생산설비와 관련한 부담이 크지 않다”며 “신사업 발굴과 관련한 투자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