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미국 정부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들의 공장을 유치하는 데 힘쓰는 상황을 두고 첨단 반도체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23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권 고문은 최근 발간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 특별 인터뷰에 참여해 한국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의견을 냈다.
권 고문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삼성전자나 대만 TSMC를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현지공장 설립을 요청하는 것은 이들의 앞선 반도체 제조 능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해외 반도체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결국 미국 반도체산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권 고문은 “기술력을 잃어버린다면 (삼성전자도) 찬밥 신세가 될 수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유지해 미국 등 각국 정부의 태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공장 건설 지원 등 혜택을 받아들이면서도 기술력을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권 고문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반도체 자립화를 추진하는 상황을 두고 “한국의 기술력이 강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정책과 관련해 권 고문은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대량생산 산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연구개발과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해 큰 기업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접근한다면 앞으로도 성공할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 고문은 삼성전자 반도체산업의 ‘산증인’으로 2004년 시스템LSI사업부장, 2008년 반도체사업부 총괄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해 종합기술원장을 맡다 지난해 고문 역할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