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이 주력상품인 모바일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에 이어 PC용 CPU(중앙처리장치)시장 진출을 밝혀 인텔과 애플 등 경쟁사에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퀄컴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와 CPU용 반도체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가 각각 퀄컴의 새 CPU 위탁생산과 고성능 반도체기판 공급기회를 잡을 수 있다.
18일 대만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AMD와 퀄컴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 삼성전자에서 내년부터 도입하는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투자자설명회에서 PC용 CPU 출시계획을 발표한 퀄컴이 첫 제품 양산을 삼성전자 3나노 공정 기반으로 진행해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퀄컴은 16일 설명회를 개최하고 애플 ‘M1’ 프로세서에 맞설 수 있는 고성능 PC용 CPU 샘플을 9개월 안에 고객사들에 공급한 뒤 2023년 대량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M1 시리즈 프로세서의 막강한 성능을 앞세워 PC와 태블릿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응해 고사양 CPU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퀄컴이 PC용 CPU 샘플 및 대량생산을 계획한 시기는 삼성전자가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내년 상반기까지 상용화하고 2023년부터 3나노 2세대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일치한다.
디지타임스는 “퀄컴은 대만 TSMC와 협력관계가 불안해지자 삼성전자 3나노 공정 활용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전자와 새로운 굳건한 동맹을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에 약 20조 원을 투자하는 미국 파운드리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한다는 점도 3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퀄컴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퀄컴 CEO와 만나 파운드리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퀄컴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이어 계열사인 삼성전기도 퀄컴의 PC용 CPU시장 진출 및 삼성전자 파운드리 신규 수주에 수혜를 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기가 최근 CPU에 사용되는 차세대 FC-BGA 반도체기판 신사업에 1조 원가량의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며 고객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FC-BGA는 고성능 PC와 서버용 CPU에 쓰이는 고부가 반도체기판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FC-BGA기판 생산 증설을 검토 중”이라며 “고객사 관련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퀄컴은 이전에도 모바일프로세서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개량한 노트북용 CPU를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 등에 공급했지만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퀄컴은 올해 초 14억 달러에 인수한 반도체 설계기업 누비아의 역량을 활용해 PC용 CPU시장에서 확실한 성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누비아는 애플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애플 M1 프로세서 설계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퀄컴의 PC용 CPU 성능 강화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
PC용 CPU시장 절대강자로 꼽히는 인텔이 최근 반도체 공정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새 CPU 성능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퀄컴의 시장 진출이 유리한 배경으로 꼽힌다.
애플은 2023년에 TSMC 3나노 공정 기반으로 생산하는 M2 프로세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의 새 CPU가 비슷한 시기 제품에 탑재되면서 애플과 성능 경쟁을 앞두게 된 만큼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으로 퀄컴 CPU를 위탁생산한다면 파운드리 기술력을 알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삼성전기 FC-BGA 반도체기판은 모두 유망한 성장사업으로 꼽히고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지만 확실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 퀄컴이 기존에 선보인 노트북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
퀄컴의 PC용 CPU시장 진출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협력사로 참여할 수 있다면 고가의 고사양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과 고성능 기판 공급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기술력을 활용한다면 퀄컴도 CPU 성능 강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퀄컴은 투자자설명회에서 BMW,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기기, 윈도PC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개발해 내놓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PC용 CPU를 넘어 다양한 신성장사업까지 퀄컴의 사업 분야가 확대되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협력 가능성이 큰 기업들도 협업하는 영역을 넓히면서 성장기회를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미디어텍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기업도 최근 PC용 CPU시장 진출 계획을 언급한 만큼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퀄컴 이외에 다른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