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애플의 전기차 애플카에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게 될까?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먼저 애플의 메타버스용 기기에서 안전성을 높인 카메라모듈 기술력 입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 애플카에 카메라모듈 대나, 정철동 메타버스에서 입증 먼저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16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애플은 애플카 개발 과정에서 아이폰 등 IT기기 생산을 위해 구축한 기존 전자부품 조달망을 최대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다른 완성차회사들과 협력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애플카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루머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앞서 9월 글로벌 자동차부품회사들에 견적요청서(RFQ)를 보낸 데 이어 최근 크리스토퍼 무어 전 테슬라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책임자를 영입하는 등 애플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카 출시시점은 2024~2025년경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차량 개발에 나서는 만큼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제한적 시간 속에서 애플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미 검증된 부품 조달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이노텍도 부품 장기공급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자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애플카에 쓰일 3D비행시간측정(ToF) 센싱모듈을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이 모듈은 카메라모듈의 일종으로 레이저가 사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고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스마트폰용 3D 비행시간측정 센싱모듈을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듈을 다른 IT기기나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자가 신체에 장착하는 IT기기나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에 쓰이는 3D비행시간측정 센싱모듈은 착용자나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스마트폰용보다 더욱 정밀하고 빠른 영상처리능력이 요구된다”며 “수요처에서도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부품 확보망을 가려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철동 사장은 먼저 애플의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서 LG이노텍의 기술력을 입증할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애플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확장현실(XR) 헤드셋을 2022년 하반기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확장현실기기는 착용자에게 현실감 있는 영상을 제공할 수 있어 메타버스시장의 필수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 기기를 앞세워 메타버스시장의 개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메타(옛 페이스북)나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메타버스시장에 먼저 진출하기는 했으나 애플의 시장 합류는 의미가 더욱 크다”며 “과거 아이폰이 스마트폰시장의 개화를 이끌었던 사례에 비춰볼 때 애플의 메타버스용 기기는 미래산업을 현실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봤다.

3D비행시간측정 센싱모듈은 확장현실기기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LG이노텍이 애플에 확장현실기기용 3D 비행시간측정 센싱모듈을 공급할 부품회사로 유력하다고 여겨진다.

정 사장이 올해 애플의 아이폰 부품 조달망에서 카메라모듈 공급사로서 LG이노텍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뒀기 때문이다.

애플은 9월 아이폰13을 출시하기에 앞서 카메라모듈을 적기에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뻔 했다.

기존 카메라모듈 공급사들 가운데 중국 오필름을 탈락시키고 LG이노텍과 일본 샤프로 조달처를 이원화했는데 샤프가 코로나19로 베트남 모듈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LG이노텍은 아이폰13에 쓰일 카메라모듈의 초반 수요에 빠짐없이 대응하면서 애플이 아이폰13을 계획대로 출시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LG이노텍을 향한 애플의 신뢰가 굳건해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애플은 메타버스용 확장현실기기에 이어 애플카까지 준비하는 만큼 앞으로 3D비행시간측정 센싱모듈이 더 많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은 여기에 대응할 계획도 이미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사업부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5478억 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투자금액을 8355억 원으로 늘리기로 10월 결정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앞으로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확장현실기기로 카메라모듈 공급을 확대할 것이다”며 “모바일용 제품의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용 카메라모듈시장도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