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도입을 앞둔 3나노 미세공정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성과가 미국 AMD와 퀄컴 등 고객사 물량을 얼마나 수주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보다 일찍 시작하고 신기술도 도입하며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로 AMD 퀄컴 잡나, 3나노 공정 선점은 기회

▲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MD와 퀄컴이 TSMC의 파운드리 가격정책에 불만을 품고 위탁생산처를 조정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TSMC는 파운드리 생산라인 부족을 이유로 9월 들어 AMD와 퀄컴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고객사들에 20% 안팎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반면 애플에게는 2~3%의 가격 인상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아이폰13 시리즈 가격을 아이폰12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한 것도 TSMC에 지급하는 파운드리 비용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근거로 꼽힌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필요로 하는 팹리스들은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회사 엔비디아와 AMD, 퀄컴, 애플 정도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사이기 때문에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고 엔비디아는 최근에 개발한 그래픽반도체 위탁생산을 이미 대부분 삼성전자에 맡기고 있다.

AMD와 퀄컴이 TSMC의 가격정책에 불만을 안고 위탁생산처를 조정한다면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대안이 없다. 현재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도입한 파운드리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7일 파운드리포럼에서 3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양산을 2022년 상반기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가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기로 한 7월보다 이른 것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시장에서 같은 미세도의 공정을 더 일찍 도입하는 것은 고객사 확보의 기회를 선점하는 것과 같다”며 “삼성전자가 TSMC의 가격정책에 불만을 품은 대형 팹리스업체의 위탁생산물량 수주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MD는 그동안 10나노 이하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량 TSMC에 맡겨 왔다.

하지만 익스트림테크 등 해외 반도체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AMD는 5나노 미만 미세공정이 필요한 반도체의 위탁생산처를 삼성전자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올해 초부터 검토해 왔다.

최근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위탁생산 수주에 유리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제품 ‘엑시노스2200’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노스2200에 엑시노스 시리즈 최초로 AMD의 그래픽반도체 설계자산인 ‘RDNA2’가 탑재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그동안 AMD와 기술협력을 지속해온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퀄컴은 이미 삼성전자와 TSMC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나누어 맡기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퀄컴 AP 생산물량은 미국과 중국에 출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할 만큼의 분량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미 고성능 AP 위탁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퀄컴이 TSMC의 가격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에 맡기는 물량비중을 늘릴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평택캠퍼스에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본격화하는 일이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반도체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로 AMD 퀄컴 잡나, 3나노 공정 선점은 기회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가 매출기준 점유율 52.9%, 삼성전자가 17.3%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갖추고 있는 공정 기술력과 비교해 TSMC와 점유율 차이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유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양산 시작시기를 TSMC보다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트랜지스터 생산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해 기술 차별화도 꾀한다.

반도체 구성 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채널과 게이트가 3면에서 맞닿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TSMC는 3나노 파운드리에도 핀펫 방식 도입하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보다 반도체 성능이 뒤처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미세공정기술 발전속도나 신기술 도입 여부뿐 아니라 위탁생산 수율 안정화 여부도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사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새 반도체공정의 수율 안정화는 고객사들의 제품 출시일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요소인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수익성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나노 파운드리사업에서 초반 수율 안정화에 애를 먹어 고객사 확보와 실적 측면에서 모두 고전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3나노 파운드리의 수율 안정화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퀄컴이 과거 고성능 AP '스냅드래곤875G' 위탁생산을 삼성전자 5나노 파운드리에 맡겼는데 삼성전자가 초반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자 생산처를 TSMC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파운드리는 안정적으로 생산수율을 확보하면서 양산을 준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