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시멘트가 삼표레미콘을 설립하면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외아들인 정대현 사장의 승계작업에 시동이 걸고 있다.
삼표그룹은 그동안 삼표시멘트만을 상장기업으로 두고 삼표산업에서 레미콘사업부문을 담당해 왔는데 이번 자회사 설립으로 수직계열화에 나섰다.
7일 삼표그룹에 따르면 삼표시멘트가 레미콘 자회사 설립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영효율성 높이기에 속도를 내면서 동시에 레미콘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레미콘사업을 하고 있던 삼표산업은 강점을 지닌 수도권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삼표시멘트는 대전, 당진, 아산, 군산, 여주 등에서 인수한 레미콘공장을 자회사를 앞세워 삼표시멘트의 영향력을 통해 지방 레미콘사업을 키워간다는 것이다.
이런 삼표시멘트의 움직임을 두고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전하려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정대현 사장은 2018년 1월2일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삼표시멘트를 3인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이끌었다.
그러나 삼표시멘트는 2019년 3월 한라시멘트의 문종구 대표를 영입해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사장에 올리면서 전문경영인체제로 바뀌었다.
문 사장은 2018년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영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사장 취임 이후 삼표시멘트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955억 원, 영업이익 481억 원을 거뒀으며 2018년보다 매출은 3.3%, 영역이익은 6771.4% 늘어났다.
정대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2018년에는 시멘트업 불황과 선박 관련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7억 원대로 급락했다.
정 사장은 2019년 3월 삼표시멘트의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사장으로 승진했고 현재는 삼표시멘트 사장과 사내이사, 삼표의 경영전락실장 겸 사내이사, 삼표레일웨이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그동안 정 사장은 친환경사업 자회사인 에스피네이처의 몸집을 불리면서 삼표시멘트의 친환경사업부문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멘트업계는 정부와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탄소제로(0)'를 선언하면서 앞다투어 친환경설비투자를 알렸는데 삼표시멘트도 8월 친환경설비에 2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인 8월 삼표시멘트는 그룹 안 에너지사업부를 담당하던 삼척에너지의 흡수합병을 공시하면서 친환경설비투자 준비도 마쳤다. 이때부터 삼표시멘트는 삼표레미콘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50까지 탄소제로를 실현하기로 한 정부는 산업계 탄소배출량의 10%가 시멘트업에서 배출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멘트산업이 환경사업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대표적 동종업계 기업인 쌍용C&E도 환경사업부문 자회사 그린에코사이클을 통해 순환자원 회사들을 흡수합병하면서 환경사업을 키우고 있다.
정 사장이 이끌어 온 환경기업 에스피네이처는 골재·레미콘 등의 제조·판매와 철스크랩 수집·가공 판매 및 제강슬래그처리대행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보유자산이 2013년 679억 원에서 2020년 말 6173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에스피네이처에는 정대현 사장(71.95%) 말고도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9.62%)씨와 차녀 정지윤(10.14%)씨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나 이들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삼표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의 설립은 시멘트와 레미콘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효율성을 올리고 동시에 지방 레미콘산업에서 삼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며 "삼표그룹은 친환경설비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