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이 뜨겁다.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 주요 사업인 게임회사부터 가상세계와는 전혀 인연이 없어보이는 금융권까지 최근 메타버스를 강조하지 않는 업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메타버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왜 돈이 될까?
기업이 기존에 벌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메타버스가 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그 용어 그대로 ‘새로운(Meta) 세계(Universe)’다.
극히 일부의 기업을 제외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현실세계에서 소비할 수 있거나 현실세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이기 때문에 거기서는 새로운 소비가 창출된다. A라는 사람이 현실세계에서 수많은 옷을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메타버스 안에서는 그 안에서 소비할 새로운 옷을 구매해야 한다. 현실세계에서 벤츠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메타버스 안에서 타고다닐 아반떼가 필요하다.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다.
물론 메타버스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개념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가상세계와 메타버스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내 아바타를 치장하는 것과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구매하는 것이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메타버스가 지금까지의 가상세계와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정보처리학회가 3월 발간한 학회지에 실린 ‘메타버스의 개념과 발전 방향’이라는 기고문은 이런 의문에 답을 주기 위해 메타버스의 특징을 다섯가지의 C로 정리하고 있다.
다섯가지의 C란 바로 세계관(Canon), 창작자(Creator), 디지털통화(Currency), 일상의 연장(Continuity), 연결(Connectivity)이다.
‘세계관’은 현실세계와 다른 법칙으로 흘러가는 ‘새로운 세계’라는 뜻이다. ‘일상의 연장’은 가상세계 안의 활동이 마치 인생여정처럼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는 뜻이고, 연결은 메타버스가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 세계와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다룰 때 사업적으로 중요한 특징은 5C 가운데서도 ‘창작자’와 ‘디지털통화’다.
지금 부활을 꿈꾸고 있는 싸이월드와 메타버스를 비교해본다면 창작자라는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싸이월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현실의 인연을 싸이월드에서 만나기도 하고, 싸이월드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인연을 위해 싸이월드 안의 아바타를 ‘도토리’로 꾸민다.
하지만 싸이월드에는 ‘창작자’가 없다. 우리가 싸이월드에서 구매하는 아바타의 패션 아이템은 모두 싸이월드의 운영회사가 디자인하고 만들어낸 아이템에 불과하다.
싸이월드가 메타버스가 되기 위해서는 그 세계에 속해있는 모두가 ‘창작자(Creator)’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두’에는 일반사용자 뿐 아니라 기업도 들어간다.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의 제페토와 비교해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CJ그룹의 콘텐츠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제페토와 협력해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콘텐츠를 제페토 안에 구현해냈다. 기업이 제페토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나가고 있는 셈이다.
구찌, 나이키 등의 명품브랜드 역시 제페토 안에서 자신들만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창작자라는 특성은 또 다른 C인 디지털통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대한정보처리학회는 디지털통화라는 특징을 두고 “현재는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사이버머니 성격에 가깝지만 머지않아 가상세계에서의 통화로서 그 역할을 다함은 물론이고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나 금, 은과 같은 실물자산 등과도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대표적 사이버머니인 온라인게임의 화폐, 리니지M의 ‘아데나’와 메타버스의 화폐를 비교해보면 쉽다. 아데나는 리니지 게임 안에서 통화로 활용되지만 그 안에서만 가치를 지닐 뿐 현실적 가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리니지 안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다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구찌가, 나이키가 제페토 안에서 물건을 파는 까닭은 그것을 현실의 통화로 바꿔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데나와 젬(제페토의 통화)이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지금까지 5C를 이야기했는데, 사실 5C를 개별적으로 놓고보면 여전히 기존 가상세계와 구별하기는 어렵다. ‘세계관’이나 ‘연결’이라는 특성은 가상세계라면 당연한 이야기고, ‘일상의 연장’은 수많은 대규모다중접속 온라인게임(MMORPG)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특징이다.
디지털통화는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매우 유사하다. 창작자라는 특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OS인 IOS나 안드로이드도 지니고 있는 특성이다.
메타버스가 다른 플랫폼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메타버스는 이 5C를 모두,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시공간, 서로 다른 가상세계, 가상과 현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곳(Connectivity), 인생 여정처럼 우리 삶에 녹아들면서도(Continuity) 완전히 새로운 세계(Canon)인 곳. 그 안에서 콘텐츠를 자유롭게 창작할수 있고(Creator) 현실세계의 통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Currency)이 바로 메타버스다.
물론 메타버스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는 아직 아무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기업의 눈으로 보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새로운 세상이,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과연 메타버스가 ‘유니버스’라는 어원만큼이나, 우주만큼 넓은 새로운 시장을 기업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