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내 시장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속도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사업 경험과 전문인력, 자본력 등 측면에서 장점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카카오뱅크를 앞서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신한은행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언제 내놓나, 카카오뱅크와 속도전

▲ 진옥동 신한은행장.


27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시기는 9월 또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8월 중에 영업점 방문없이 대출 신청과 실행을 모두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기술 개발 등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점 방문없이 주택담보대출을 구현하려면 외부 법무법인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업무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 과정은 비대면으로 진행 가능하지만 부동산 등기업무는 법률상 온라인상으로 처리하기 불가능하다”며 “기술 측면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장은 7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신한은행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8월 중 출시한 뒤 중장기적으로 은행 금융상품을 모두 비대면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든 금융서비스를 처음부터 비대면플랫폼 기반으로 구축해 급성장하는 디지털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이를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는 그동안 예금과 적금, 신용대출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전월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까지 영역을 넓히며 기존 금융회사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신한은행과 비슷한 형태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주택담보대출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인력 채용도 시작했다.

최근 금융당국 대출규제 강화로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인력채용을 통해 출시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신한은행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두고 속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는 2016년 신한은행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뒤 다른 은행들로 확산됐다.

기존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한 뒤 소비자가 서류 제출 등을 위해 은행 영업점을 한 번 이상 방문해야 했는데 이번에 내놓는 서비스는 영업점을 아예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성용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콘퍼런스콜에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구현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며 등기업무와 관련한 법적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카오뱅크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시기를 올해 안으로 다소 유연하게 정한 점도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등기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등 인력충원을 통해 부족한 사업경험을 보완하고 고객응대에 전문성도 갖추는 준비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이미 주택담보대출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쌓았고 다수의 대출상담과 고객응대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본력과 대출여력 측면에서 신한은행이 더 앞서있고 조달금리 등 조건도 유리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경쟁력을 갖출 공산이 크다는 점도 카카오뱅크에 앞서나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이 자체 역량과 여러 금융계열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연계한 자산관리 등 다른 금융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분석된다.

결국 신한은행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앞당겨 시장선점에 성공한다면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해질 수 있다.

신한은행은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목표에 맞춰 비대면 금융상품 제공을 확대하려 비대면영업 전담조직 인력을 늘리고 디지털플랫폼 투자를 확대하는 등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기업공개 뒤 추진할 핵심 신사업으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고객유치를 위해 신한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