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코스피에서 신규상장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수하는 등 투자종목을 확대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국내주식의 보유비중을 줄여야 하는 만큼 기존에 보유하던 대형주의 순매도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주식 사들여, 대형주 매도는 불가피

▲ 국민연금공단 로고.


20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이날 코스피에서 카카오뱅크 주식을 413억 원, 크래프톤 주식을 397억 원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8월 들어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이 2일부터 20일까지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종목의 규모를 보면 카카오뱅크 4422억 원, 크래프톤 3810억 원 등으로 각각 1, 2위다.

그 다음으로 많이 순매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799억 원, 하이브가 524억 원 등 정도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연기금의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순매수 규모는 압도적으로 크다.

연기금의 올해 전체 순매수 규모를 살펴봐도 카카오뱅크가 2위, 크래프톤이 3위일 정도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모두 8월에 상장된 종목으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을 겪었다.

20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주가는 9만1천 원으로 공모가인 3만9천 원을 크게 웃돌고 있으나 크래프톤 주가는 49만1500원으로 상장된 지 8거래일이 지나서도 공모가인 49만8천 원을 밑돌고 있다.

연기금은 크래프톤이 상장 초기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대규모로 순매수를 해 온 셈이다.

연기금이 고평가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상장 주식에 대규모 순매수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국민연금이 7월 중 내놓은 벤치마크 개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7월19일에 국내주식 직접운용 벤치마크를 놓고 ‘코스피200’을 ‘코스피250’으로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피 포트폴리오 종목의 수를 기존 200개에 50개 추가하겠다는 것으로 구체적 종목이나 산정기준, 적용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국민연금으로서는 장기적으로 전체 자산 가운데 국내주식의 보유비중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주식을 사들이는 것 이상으로 기존에 보유한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7월 말에 밝힌 바에 따르면 5월 말을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내주식 비중은 20.2%로 올해 연말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치인 16.8%보다 3.4% 높다.

국민연금은 대형주 순매도로 국내 주식의 비중 축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8월 중 순매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삼성전기, 네이버, LG전자, SK텔레콤 등 순이다.

순매도 규모는 삼성전자가 3263억 원, SK하이닉스가 1520억 원, 현대차가 1181억 원 등이다.

한동안은 연기금의 대형주 순매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에 연기금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졌음에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비중이 지난해 말 21.2%에서 5월 말 20.2%로 1%포인트 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순매도 규모는 올해 1월에 8조645억 원, 2월에 4조3196억 원, 3월에는 3조3388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국민연금은 올해 4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통해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18.8%에서 19.8%로 높이기는 했지만 높아진 전략적 자산배분 기준도 빡빡한 상황일 수 있다.

연기금은 국내주식을 5월에는 37억 원, 6월에는 2241억 원 순매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해지만 7월에는 1조4950억 원을 순매도해 다시 국내주식 보유비중 낮추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8월 들어 20일까지는 모두 6894억 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