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재고가 올해 들어 지속해서 줄어들며 몇 달째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재고 감소는 인센티브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낮은 수준의 재고는 생산 관련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 기아 미국 낮은 재고 좋은 일만은 아니다, 생산차질에 취약해져

▲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권역담당 사장(왼쪽)과 윤승규 기아 미국 판매법인장 겸 북미권역본부장 부사장.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7월 말 미국 완성차 재고일수는 23.5일로 6월 말 26.9일보다 13% 줄었다. 지난해 7월 53.9일과 비교하면 56%나 감소했다.

미국 완성차시장의 적정재고는 2~3개월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몇 달째 한 달 미만의 재고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완성차시장은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겹치면서 올해 들어 재고가 크게 줄었다.

미국 완성차시장 재고는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7월 미국시장에서 각각 재고일수 20일과 24일을 보였다. 6월보다 각각 20%와 25%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66%와 56%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시장 재고는 유럽 등 다른 주요 해외시장과 비교해 더욱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조상현 기아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전무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상반기 공급 제약 속 빠른 수요 회복으로 미국시장 재고가 크게 줄었다”며 “반면 유럽은 경제봉쇄(락다운)가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하반기 수요에 대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재고 감소는 인센티브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에 호재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미국시장에서 고객에게 할인해 주는 인센티브비용이 크게 줄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시장에서 7월 각각 인센티브 1663달러와 2472달러를 보였다. 6월보다 각각 12%와 5%, 지난해 7월보다 각각 32%와 33% 줄었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의 가장 큰 시장으로 미국에서 수익성 개선은 전체 실적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낮은 재고 수준은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측면에서 큰 부담일 수 있다.

재고가 금방 바닥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생산차질을 크게 겪는다면 수요 회복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미국시장을 경쟁업체에 빠르게 빼앗기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공장과 국내 공장 모두 생산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현재 공장 근무체제를 기존 1일3교대에서 1일1교대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 미국 낮은 재고 좋은 일만은 아니다, 생산차질에 취약해져

▲ 12일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열린 누적 생산 500만 대 돌파 기념행사에서 NF쏘나타(왼쪽)와 싼타크루즈가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23일부터 다시 1일3교대 근무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는데 완성차 한 대가 아쉬운 상황에서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7월 현대차 가운데 미국시장에서 가장 재고가 낮은 모델은 준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투싼과 중형SUV 싼타페로 알려졌는데 현대차는 투싼과 싼타페를 모두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기아는 2021년 단체교섭과 관련한 노조의 파업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이 생산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아는 현대차와 달리 2021년 단체교섭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노조는 지난주 합법적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뒤 사측을 향한 압박 강도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

기아는 대형SUV 텔루라이드와 미니밴 카니발의 미국 재고가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전량 미국 조지아 공장에 생산하는 텔루라이드와 달리 카니발은 전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시장 전반적으로 재고가 사실상 바닥난 상황이다”며 “앞으로 완성차업체의 생산차질이 계속된다면 개별기업뿐 아니라 미국 전체 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생산이 곧바로 판매로 연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전 수준의 재고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4분기 정상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및 국내 노사이슈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생산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